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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에 대한 아이의 속마음

by 지음


요즘 뭔가 하나씩 고마운 것들이 나에게 온다.


며칠 전부터 사람은 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같은 의견이라도 아마 디테일한 부분은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내 편견을 깨라고 이런 것이 눈에 보인다.

보여서 너무 눈물 나게 고맙다.


모두 내 마음 같지 않다.

똑같은 잣대에서 보려고 하니 내 기준에서 상대가 이상하게 보이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또 아주 보통의 정상적인 생각이고,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 것만 옳다고 밑바닥에 깔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오늘 아들과 대화하다 ‘열심히’에 대한 아들의 속마음을 들었다.

“열심히 했어?”에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한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어~!!”

그 말에 뭔가 쿵하고 내려앉았다.


잘 안 되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 느껴졌나 보다.

어쩌면 아이의 한계를, 가능성을 내가 지어 놓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열심히' 해도 안되는데 '열심히' 하라는 것은 '못'하니' 잘'하라는 것으로 아이는 알아들었던 것이다. 나는 ‘열심히’가 어떤 일을 대하는 자세라 생각했고 아이의 자세가 엄마 입장에서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며칠 전 오징어잡이에서도 아들과 좋지 않았다. 즐겁게 놀자고 한 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의 기대에 부흥해서 ‘열심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즐겁게 즐기면 되는데 못 잡은 오징어 때문에 입이 나왔냐며 뭐라고 했던 것이다. 아들 입장에서는 즐길 수가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세만 보면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계속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도 그것을 느끼고 몸으로 불만을 표현한 것이었다. 열심히가 아니 즐겁게 해야 하는 것들 앞에서도...


내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지 않게 보였다.

근데 아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한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들의 성장 크기를 내 마음대로 재단하고 있었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가 엄연히 있고 지금 제 속도대로 커가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크기로 아이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이는 섭섭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압박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열심히’라는 말에 압박을 받고 있었다.


몸이 다 컸다고 마음도 다 큰 것이 아닌데 그래서 책을 읽는 나를 알면서도 아이를 또 어른처럼 대했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통했는지 그래도 이야기해주는 아이가 고맙고 서로의 시선이 맞춰지고 있다 생각이 든다.


사춘기 같지 않게 요즘 아이와 말을 하면서 속을 터놓는다.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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