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이사를 오고 윗집의 할머니랑 인사하며 지내게 되었다.
상냥하고 서글서글하고 항상 손주가 있어서 뛰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애들이 조심시킨다고 다 듣는 건 아니니 무의식적으로 하는 걸 어쩌냐고 하고 엘리베이터에 만나면 소소한 이야기들 나눴다.
이사 왔으니 모나지 않게 잘 적응하고 살아야지 생각을 했고, 할머니의 푸근한 친절이 좋았다. 그래서 부추전을 많이 해서 할머니집에 가져다주었다.
할머니는 받기는 하지만 별로 썩 좋아하시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던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라서 조금 당황했고, 그 뒤로도 엘리베이터에서는 항상 친절했다. 거리가 있는 친절로 느껴졌다. 딱 거기까지만 하자는...
시골로 이사한 지인은 할머니들과 친구가 되었다.
시골 생활에서 궁금한 건 뭐든 물어보고 제일 윗집에 사는 지인이 아래에 내려오길 기다렸다가 이것저것 챙겨주시기도 하고 혹시 집을 비운 날은 집 앞에 검은 봉지에 뭔가가 항상 있다고 한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여기까지 서울 할머니와 시골 할머니에 대한 내 인식이 더 강해졌다.
근데 독서토론을 하면서 뉴질랜드 이사 간 지인은 이사한 기념으로 그 나라 문화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일단 우리나라식으로 떡은 돌리지 못하고, 김밥을 싸서 나누기로 했단다.
옆집을 갔는데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다고, 그렇지만 김밥을 드리니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래도 돌리기로 한 김밥이 많아서 다른 집도 가져다 드렸는데 그 집은 김밥 좋아하신다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한 접시를 부부가 맛있게 다 드셨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서 그간에 가지고 있던 인식들이 깨졌다.
이분법으로 생각하고 인식했던 것들이 다시 재정립되었다.
각기 다른 4집을 통해
각자 다른 경험들에 의해 살아온 사람들이 이웃이 되어 만났다는 것.
이 사람에게 통했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마다 다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고, 또 나는 허용이 되는 범위인데 상대는 허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마다 개인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주 단편적인 나의 기준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 것을 또 배웠다.
매일 하나씩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