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자의 조건

by 지음

나윤아~! 토요일 단 하루였던 연극이 막을 내렸어.

공연을 마치고 너랑 집에 돌아오면서 이야기 한 게 있었지?


“공연 어떻게 봤어?”

“작가님들 이야기 안 어려웠어?”

“엄마 나오는 부분은 어땠어?”


“엄마 하나씩 물어봐~”

“집에서 연습할 때보다 무대 위에서가 제일 잘한 것 같아.”


“근데 엄마 왜 울었어?”


“무대 밖에 너네들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엄마가 너희들이 관객으로 있는 무대에서 엄마가 쓴 글을 이야기 할 줄은 몰랐거든. 약간 감격했었나봐. 아까 내용에서도 자기 신뢰는 너 자신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거라고 했잖아. 넌 어때?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응!! 당연한 것 아니야~”


“헉~!! 나윤아~ 너 정말 멋진 여자였구나!!!


“응~ 엄마도 멋진 여자야~!!”


“엄마는 오늘 정말 멋진 여자였구나. 너 덕분에 알았다. 고맙네. 하하하”


지금 돌이켜보니 넌 항상 너가 하고 싶은 일을 꼭 추진하는 능력도 있었고, 한번 시작한 일은 다부지게 하는 모습도 엄마에게 보여줬었지. 엄마 딸 같지 않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아니 엄마 딸이라서 잘했나?


이번 연극을 하면서 엄마가 쓴 책 내용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

사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엄마가 공부에 대한 글을 썼고,

기준을 잡지 못해서 우왕좌왕 방황했던 날들이 많았던 엄마가 또 기준에 대한 글을 쓰고,

어디에서든 뒷줄에 멈춰서 있던 엄마가 리더에 대한 글을 써내려 가면서 쓸 때마다 고민을 했었어.

내가 정말 내가 쓴 글에 부합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엄마가 연극을 하면서 너희들이 알아듣기 쉽게 고치고 또 고치고,

연습한다고 대사를 외우고 또 외웠지.

그러는 중에 정말 자기신뢰야 말로 모든 일에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인 걸 알았어.


이런 느낌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머리로 알던 내용이 가슴으로 탁 박히는 느낌이었어.

그냥 훅 들어오는 생각에 정말 눈물만 나더라.

엄마는 엄마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에 신뢰를 쓰게 되었던 것 같아.

그렇게 지금 글을 쓰면서 엄마를 키우는 중인 것 같아.

계속 엄마에게 없는 것만 글로 써내려가는 것도 엄마를 키우려는 우주의 힘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뢰는 그런 것 같아


엄마가 오늘 읽은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어.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앎을 증명할 수 있는 기초공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토대 위에서만 신뢰가 생겨날 수 있다는 자각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의 진보에 가장 큰 장애물은, 의식 자에의 본성에 대한 앎의 결핍이다.(주1)

엄마의 알기 위한 기초공사가 아마 책읽기와 [엄마의 유산]집필과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기초가 쌓였기에 엄마에게 가슴으로 와 닿았던 것 같아. 엄마가 쓴 글에 모두 엄마가 경험한 것들이 쌓여 있었고, 부합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그렇게 글처럼 살면서 하나씩 엄마가 익히면 된다는 걸 알았어.


너가 보는 시선이 한 번이라도 정말 다른 관점으로 돌려서 보게 된다면 헉~ 이건 뭐지~!! 정말 말할 수 없는 경외감이 느껴지는 순간일 꺼야.


그걸 알기 전이라서 엄마는 그냥 ‘이정도면 괜찮아!’를 마음속에 외치면서 그만큼만 하고 있었어. 엄마는 엄마의 외침만을 듣고, 엄마 양심의 소리는 못 들은 척했어. 그냥 그렇게 있는 게 편했거든.

하나하나 미세하게 자신만이 아는 양심에 걸맞게 행동하고 거기서 나오는 성취감에서 자기 신뢰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는 있었던 것 같아. 그렇지만 쳐다보려 하지 않았어. 엄마 눈에 보이는 외부의 것에 기준을 가지고 의존했어. 보이지 않는 내 안에 기준이 있는데 말이야. 그것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걸 알았지.

엄마는 관계에 대해 썼지만 결국은 자기신뢰와 연결이 되더라.


당신의 몫이 오늘 당신의 행동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대중에 영합하는 그들의 명성도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행동한다면 영광의 광채는 왕에게서 그에게로 옮겨갈 것이다. (주2)

이 글귀도 에머슨이 엄마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좋았어. 엄마의 기준, 엄마의 인식에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냥 자신을 신뢰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복잡해 보이던 것들이 단순해지는 거지.

우리 딸은 스스로에게 신뢰가 있는 아이니 알고 있겠지.


아는 걸 너무 길게 썼나?

그렇게 쓰면서 공부를 하고,

중심이 되는 기준을 따르려는 중이고,

또 리더로 자리를 지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는 중이지.

모든 것의 바탕은 신뢰인 것이야.


엄마가 책에 쓴대로 그냥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 삶이라면 좋겠다.

그렇게 살면 스스로에게 신뢰가 가는 삶이 되겠지.

내 삶의 중심은 나니까 말이야.



주1> 의식혁명, 데이비드 호킨스, 한문화, 2008.

주2> 자기신뢰철학, 랄프 왈도 에머슨, 동서문화사, 2020.


일요일 연재
이전 29화영원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