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든 연인이든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대의 이미지가 깨져버릴 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될 때,
우린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한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수십 년의 시간을
다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억겁의 세월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관계의 틀어짐은
누구의 잘못으로 인함보단
상대에 대한 자만심으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연애나 관계를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잘 훈련된 사회성을 발휘하며 맞춰주고
본모습이 아닌
상대가 원하는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결국 우린 상대방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일 때
“내가 왜 좋아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워지고 믿고 의지하게 됐을 때
슬쩍 꺼내놓은 허름한 자신의 보따리를
상대방이 걷어찼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문이지만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요”
라는 무책임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하물며 편의점에서
단 돈 몇 천 원 하는 삼각 김밥을 사는데도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은
관계에 대한 특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미숙한 상대의 모습을 이해해 보려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끌어안아보려는 어른스러움이 있다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를 다시 읽었다
책은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감정을 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네덜란드의 Guitarist, Jan Akkerman의
‘Gate To Europe’ 이란 곡이 맴돌았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Jan Akkerman의 연주 답지 않은 연주에
‘이런 곡도 쓰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책이든 음반이든
단 한번 읽고 듣고 규정지어버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책과 음반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