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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둘 입 하나

by 폴리

쩌렁쩌렁한 아가의 울음소리가

식당 내부를 흔들었다


손님들의 다채로운 표정들이 우리 테이블을 주목했고

나는 어쩔 줄 몰라서 조카를 안고 토닥였다


“애가 말을 안 하니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시간이 많이 지나 훌쩍 자란 조카를 보며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너랑은 진짜 말이 안 통한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아기가 태어나 웅얼거릴 때

부모들은 아기의 몸짓 하나, 소리 하나, 눈빛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우는 아기를 바라보며

“제발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읍소도 한다


온 세포로 아기가 하는 말을 들어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기가 자라 어른이 되고

서로 완벽하게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

우린 서로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비단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일까


생각해 보

인간의 모든 고통은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은 분노가 되고

그 분노는 싸움의 원인이 된다


소통이란

입을 열어

자신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귀를 열어

상대를 자신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인데 말이다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은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말을 해서

나를 이해시켜야 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런가


단 한 번이라도

입을 꾹 다물고 경청하고 있는 상대에게

말을 쏟아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 승리 뒤에는

경솔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뒤따르고

상대방의 어른스러움이 존경심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무엇이 이기는 것이고 무엇이 지는 것일까


경험은 말을 해 주고 있지만

에고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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