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달리기 126일
11월 12일, 13일, 14일.
이 3일은 ‘조금씩 달린 날’이었지만
내게는 오히려 ‘흐름을 지켜낸 날’이었다.
학교 종합평가를 앞두고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몸은 피곤했고 머리는 더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달리러 나갔다는 사실.
그 한 걸음이
기록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꾸준함은 완벽한 날들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날에도 돌아오는 마음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지난 3일이 조용히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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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1월 15일.
새벽 2시에 눈을 떴다.
아마도 여러 역할 속에서
마음이 먼저 하루를 깨웠던 것 같다.
아침 7시,
오늘은 늘 걷던 벽제천이 아닌
동네를 탐험하듯 달렸다.
낯선 길을 내 길처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단풍은 절정이었고
바람은 맑았다.
발밑의 낙엽 소리가
지난 3일의 흔들림을 괜찮다고 토닥이듯 들렸다.
달리며 떠오른 문장 하나.
“존재는 머무는 일이고, 삶은 움직이는 일이다.”
그동안 나는 ‘존재하는 나’를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달리면서야 비로소
나는 ‘살아가는 나’를 발견한다.
이번 4일간의 러닝은
버티기의 기록이 아니었다.
이어짐의 기록이었다.
매일달리기 126일차.
흐름은 여전히 살아있다.
내일은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 D-1.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길 바라며
나는 또 달리고 있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방식.
이것이 오늘의 달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