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by 남재 이진주

단픙이 물든 나뭇잎 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이 얼굴에 비치면 눈이부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은 동공을 열고 내 마음 깊은곳으로 스며든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 노래를 불러본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둘이서 걷던 갈대 밭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우는 바람소리”

나는 단풍보다는 갈대밭을 더 좋아하고 천을 따라 내달리는 바람결에 옷깃을 세우고 고독을 느껴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모두들 단풍구경 나선다고 함께 갈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울긋불긋 온산이 물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가을이면 의례히 단풍이 아름다운 산행을 택하게 된다.

내장산으로, 강천산으로, 하나 더하면 고창 문수사일 것이다.

내장의 애기단풍이 아름답기로 전국에서 최고로 치고 있다. 나도 못 비길 바 없다는 강천산 단풍도 같은 산허리에서 붉게 물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진정한 단풍의 색깔을 느껴 보려면 문수사 단풍을 지나칠 수가 없다.

나도 물론 단풍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농로를 따라 하얗게 피어 흔들리는 갈대꽃이 더욱 깊은 감성을 자극하게 된다.

갈대와 구분되어 피어있어 내 마음을 더욱 흔들어 놓는 것은 단연 억새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깊어지면 오래된 가수의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아주 오래전 사람의 열병을 앓다가 떠난 분이의 생각이 떠올라서일까?

주체할 수 없는 감성에 젖어 먼산이 보이고 들판이 이어진 어는 한적한 시골카페에서 창문틈으로 스멀스멀 달려드는 그리움을 나 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너 누구 좋아하니?. 어쩜 수상하다.”하며 놀리는 친구의 의심의 시선을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가을이 되면 제일 먼저 코스모스 때문에 힘이 들고 차갑게 지고 있는 하얀 달 때문에 서러움이 달려든다.

갈대꽃이 흩날리는 날이면 괜한 방황을 따라 홀로 있고 싶어진다.

하나씩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결에 흩어지는 쓸쓸함도 지울 수 없다.

내가 누구를 깊이 사랑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오래전 연인을 그리워 함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감성의 물결을 피할 수가 없다.

이러한 마음은 어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일 것이다.

관점(觀點)이란 사물을 관찰하거나 고찰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입장이라고 사전적 의미를 이야기한다.

이처럼 어떤 사건이나 변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에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교수님의 시를 한편 읽고서 큰 감동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시계탑>이라는 제목인 너무 감동적인 시이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눈을 열두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

넌, 참 거만하구나

올려다 보아 야한 아는 체를 하니


무슨 소리야

눈 마주치자마자

넌, 늦었다며

총총걸음으로 가 버리잖아.”


우리 주변에는 종종 볼 수 있는 높은 키의 시계탑을 볼 수 있다.

오래된 성당에도 학교에도 역전에도 시계탑이 있었는데 우리는 대체로 시간을 보았을 뿐 시계탑은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계탑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시간만을 볼 수도 있고 높이 솟아있는 탑을 보았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시계탑과 시간을 동시에 보았을 수도 있다.

이 시인처럼 시계탑에게 시비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는 단지 그 사람의 자유로운 감성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기에 덧붙여서 다른 해석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관점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모든 사건이나 행동은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자세 일 것이다.

요즘 세상이 너무나 어수선하다. 서로 자기의 관점을 관철시키려는 어리석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은 언제나처럼 우리 곁에 찾아왔지만 우리는 각자의 관점에서 단풍구경도 가고 갈대밭에도 가게 되는 것이다.

길 떠난 소녀가 하얗게 밤을 새우는 심정을 고스란히 표현해 주는 가사와 갈대숲에 부는 바람소리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

시계탑을 보면서 괜히 말을 걸어보고 싶은 작가 또한 자기 관점에서 시계탑을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 가을만큼은 남다른 감성으로 자기 관점을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똑같은 관점에서 가을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가장 존중받아야 할 그 사람의 이상적 가치일 것이기도 하다.

오늘도 왠지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가을이 아니라, 가을에 다시 돌아올 평안함과 넉넉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가을이 오면 식욕이 당기고 공허한 마음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싶고 옷깃을 세우고 휑한 들판을 따라 걷고 싶기도 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며칠 전 하얀 억새꽃이 핀 검은 들판에서 하얀 구름 아래로 열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면서 또다시 우리에게로 올 하얀 겨울을 그려 보았다.

올 겨울도 우리 모두에게는 틀리든 맞든 자기 관점에서 각자가 맞게 될 것이다.

눈이 와서 좋은 사람도, 눈이 와서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에서만 세상을 볼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시선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면 아름다움도 더불어 보게 될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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