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다는 것은

사랑보다 더 큰 그것

by 남재 이진주

해가 짧아지고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겨울을 맞이하며 월동준비를 하느라 김장이며, 바람막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햇살이 전주천에 부서져 내리면 천변 억새꽃이 더욱 하얗게 눈이 부신다.

왠지 쓸쓸한 기운이 달겨 들면서 함께 했던 봄, 여름, 가을이 남기고 간 추억의 사진첩을 하나씩 넘겨 보게 된다.

산책과 사색이 자연스러운 오늘, 세상살이의 번민을 전주천에 띄어 보내고 마음은 고요히 다시 만나는 시간에 스며든다.

“~~ 와 함께 하니 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즐거운 나날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할 때 혼자가 아니 누구와 함께 한다든지 무엇과 함께 하면서 희망을 찾게 되고 보람된 결과치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길을 걸을 때도 혼자서 가면 빨리 걸을 수 있지만 함께 걷는다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소중함을 선뜻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믿음과 의지가 만들어 주는 시너지 일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고 흔히들 말하곤 한다.

“함께”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차별과 미움을 넘어서는 마음을 모으는 일일 것이다.

사람의 체온은 37.5도라고 한다. 체온을 나눈다는 의미의 함께는 공동체의 가치와 나눔의 실천인 것이다.


어느새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라고 했듯이 어떠한 장애물로도 막을 수 없는 세월 앞에서 언제나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12월이다.

12월이 되면 지난 1년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나는 누구와 함께 더불어 나눔을 실천하고 살았는지 뒤돌아 보게 된다.

일 년 열두 달이 있는 것은 한 해를 보낼 때마다 지나온 길은 뒤돌아 보고 내가 바른 길로 걷고 있는지 중간점검해 보라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므로 자연스럽게 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서로를 위해 작은 헌신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걱정과 염려를 덜어내고 행복으로 채워주는 나눔의 미학이 있다.

그럴 때 비로소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행복을 알게 된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세심한 배려와 섬김과 존중의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해 주고 차가운 손을 잡아주는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벼랑에서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나무는 커다란 바위가 뿌리를 꼭 붙잡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뿌리를 내려 커다란 바위가 부서지지 않도록 꼭 껴안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둘이 하나처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운명공동체로서 서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가족 간에, 가까운 이웃 간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 간에 서로를 안아주고 붙들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때론 누구나 살아가면서 공동체 안에서라도 작은 상처 하나쯤은 가슴에 안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요즘 세태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고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공감과 신뢰를 쌓아가기보다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북돋아 보려면 먼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경솔한 행동을 삼가고 나보다 남을 더욱 귀하게 여기는 성품을 지녀야 할 것이다.

결국 함께 한다는 것은 상대를 위한 온갖 배려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더 많은 배려와 헌신이 상대를 일으키는 힘이 되고 아름다운 고동체의 가치를 이루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때론 배려와 희생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면한 문제나 상황에 지나친 간섭과 조언을 주려고 한다면 상대방에게 더욱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함께라는 의미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도움을 주고받는 판단력이 필요할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어울려 산다는 의미를 담기도 한다.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지쳤을 때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상처 한번 받지 않고 마냥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반드시 어느 한쪽이 먼저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진정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 때 상대가 나와 함께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보와 배려로 최선을 다할 때 “함께”라는 의미가 형성될 수 있다.

때론 나의 배려와 희생이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나친 간섭과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함께 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되어 함께 한다는 의미는 서로 다름에서 운명공동체로 묶이는 것이다.

함께 하려면 먼저 나의 품을 내어주고 온 정성을 다해 헌신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심신이 건강해지고 평화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얘기하고,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서로가 추구하는 목표나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가장 큰 위안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마음의 고단함을 잊게 해 주고 영혼의 안식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 한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최고의 따뜻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짧은 인생길에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그의 삶은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오늘도 나와 함께하는 가족이 있고 마음으로 이어지는 진정성이 있다면 힘든 하루도 마음을 열고 쉴 수 있는 여유를 맛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함께라는 것은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진정한 함께함이라는 것은 각자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할지라도 마음과 뜻이 맞고 그것 자체로 이미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 독불장군이 어디 있겠는가?

함께 있으면 좋고, 함께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랑처럼 느껴지는 "함께라는 의미"는 어떠한 고난이나 역경이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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