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겨울
눈이 오면 강아지가 제일 좋단다.
나도 더불어 좋아했었지.
냉기가 감도는 구들장 아랫목 이불속에서
빼꼼히 봉창 틈으로 눈 내린 마당을 내다보았다.
평화롭던 시절 겨울 아침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정말 아름다웠지.
추운 줄도 몰랐나 보다.
말표 검정 고무신 신고 빙 돌며 꽃 모양 찍어보고
눈 위에 누워보기도 하고 좋아라 했었다.
“그렇게 좋냐?”아부지 말씀에
배시시 웃으며 찍고 또 찍었던 국화꽃
이른 아침에 광목 수건 머리에 감아 얹고 돼지 구정물 먼저 챙겨주고
아궁이에 지푸라기 쑤셔 넣으며 눈 매워 글썽하시던 어머니
“아야, 춥다. 어서 들어가거라.” 하신다.
오늘 아침밥은 무엇을 주시려나...
눈 오는 시린 날 오면 생각이 난다.
나 어린 시절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던 겨울을...
보리밥에 신김치 한 조각이지만
구수한 된장국으로 견뎌낸 그래도 좋았던 겨울을...
구들방 윗목에 갈대발 엮어 담아두던 고구마 쾨쾨한 냄새며
텃밭에 얼음 든 배추 뿌랭이 캐다가 깎아 먹던
시리게 달콤한 겨울밤의 기억들...
무엇이 그리 좋다고 이불속에서 발장난 치며 깔깔댔는데.
그때 겨울에는 그랬지...
밤새 함박눈이 오면 마당에, 장독대 위에 고봉으로 쌓여
걱정 없는 개보다 더 좋아했었는데
잊혀져 가는 겨울 추억하나 기억하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