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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Jan 02. 2025

외로움에 떠나는 이별 없는 여행

그 순간에도 감사

  사랑과 이별을 두고 어둠 속을 방황하는 헛헛한 바람이 돌고 있다. 아무리 매달려도 작은 바람에도 떨어지는 그토록 고왔던 단풍도 낙엽이 되고 아쉬운 듯 잎새 하나 붙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초록 푸릇한 새잎을 내고 신선한 냄새로 새 생명의 환희를 마음으로 담아내던 열정적인 순정이 있었다. 모든 생물은 마찬가지로 뼈마디가 자라며 굵은 줄기가 되고 힘차게 기상을 뿜어내며 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저마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킁킁거리며 이성을 탐하는 페로몬 향기를 흘리던 시절도 살아간다. 인간에게는 오랜 관습에서 도덕적 가치로 지켜지는 한 사람을 향한 일편단심을 중시하게 되었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성장하면서 수많은 이성에게 페로몬을 흘리며 탐욕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살아간다. 누구든 깊은 사랑에 빠지면 도덕적 관점도 분해되고 사라지게 하는 힘이 있어 생물학적 본태에 의한 번식의 과정을 겪으며 정제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가슴을 적시며 내린다. 빗방울이 하나 둘 세월이 파 놓은 웅덩이에 채워지며 나를 부르는 소리로 튀어 오른다.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모아지면 어디서 오는지 잃어버린 기억들이 찾아온다. 물안개 허리에 동여매고 곱사등 산너머 가버린 구름처럼 세월이 지났어도 잊지 못한 추억의 그림자는 지워버리지 못했다. 너와 나 사랑하다 버려진 질긴 인연에서 억새꽃 솜털처럼 부르르 떨며 도심천에 부표처럼 따라 흐른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은 그물에 걸린 새처럼 몸부림치다가 결국 유성처럼 창공을 가르며 사라지기도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둥지를 떠나 자유로운 창공을 마음껏 날아 꿈과 행복의 세레나데를 추며 해 질 녘에 노을에 물들어 쉼을 얻음 같다. 사랑은 행복한 무지개를 만들 뿐 아니라 아픔을 동반한 상처를 남기게 되는 이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또한 어떤 사랑일까? 

코스모스 여덟 날개 꽃잎이 어울림으로 흔들리며 날갯짓할 때 마주 잡은 님의 손을 놓지 못하고 아쉬움에 몸을 떨었다. 따뜻한 떨림에서 전해지던 사랑의 추억은 가을햇살 부서져 흩어지던 날 그 꽃을 유독 좋아하던 웃음이 그립다. 떨어진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은 쓸쓸한 거리에서 사무치는 그리움에 찬바람이 불어왔다. 너와 나 사랑의 꿈도 지울 수 없는 이끼 낀 성곽에 부딪혀 부는 바람이 되었다. 아, 그리운 갈 줄을 몰랐던 사랑하는 이 마음을 낙엽처럼 떨구고 가버렸다. 너는 눈부신 이슬방울로 언덕 위에서 구르듯 다가왔다가 금세 사라져 버리는 잡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슬픈 눈망울을 하고 저녁노을 충혈된 눈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너와의 순간은 그리워하다가 생긴 허상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한 사람 사랑하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가”라는 노래가 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된 이들의 사랑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육체를 탐닉하고 영혼이 소용돌이치며 달려드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얘기했다. 나이 들어 혼자되어보니 외로움이라는 깊은 스올을 경험하게 된다고. 견딜 수 없는 외로움 때문에 다시 조건 좋은 인연을 만나 호사스러운 빨간 양귀비꽃을 피워보고 싶다고 했다. 잠시 뒤도 알지 못하는 악마의 속삭임에 불나방처럼 서슴없이 달려들게 된다. 이후로 알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은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씩씩거리며 달리는 노화된 기관차처럼 숨 가쁜 쾌락을 느끼기 위함일 것이다. 마치 사냥을 위해 놓아둔 생명을 위협하는 덫일 수도 있음을 모른다. 외로움이 만드는 망상에는 독을 바른 화살촉이 되어 가슴을 관통하게 되어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신의 벌칙 같은 외로움을 안은채 또 다른 이별을 생각하지 못하고 밀물에 쓸려간다. 어차피 외로움이란 다시 살릴 수 없는 꺼져가는 불꽃의 연기가 되어 바람에 사라져 가는 허무한 바둥거림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이기적이 된다. 젊어서는 희생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걸고 모진 고난을 이겨 내기도 한다. 나이 들어 지독한 외로움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주억의 강이다. 너는 뻐꾸기 간절하게 울어도 꽃은 피지 않고 들판에서 달려드는 심술궂은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하염없는 기다림일 뿐이다. 어둑한 방구석에서 무릎을 끌어 안은채 짙은 어둠 속으로 빠져버린 슬픔은 또 어찌하리. 미움과 원망은 인간의 영혼과 정신까지 혼미케 하는 중독성을 보이게 된다. 외로움이 중독이 되면 정상적인 삶의 영위를 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처럼 뼈까지 상하게 하는 고통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의 향기를 빨고자 영혼을 함부로 던져 버리기도 한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더냐. 욕 안 먹고살면 되는 거지”라는 노래가사처럼 우리네 삶을 쉽게 버려두기도 한다. 시곗바늘처럼 돌고 도는 인생살이가 누군가에게는 사는 게 진짜로 별거 아닐 수도 있다. 누구나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쉽게 후회하고 무너져버리는 안타까움도 있다. 

사람은 믿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소중히 여기는 꿈과 바람이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찬바람이 불어오면 낙엽을 떨구어 내는 나무처럼 쓸쓸하고 외로울 때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다. 우리는 매일 손에 잡은 것을 놓지 못하고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힘들어하는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노년의 길에서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되었다는 외로움을 달래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이럴 때는 사랑한단 말 한마디로 모든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명약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때론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을 찾기도 하지만 또 그렇게 상처가 되어 외로움 보다 더한 고독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우리 삶의 주변에서 이 같은 유혹과 속삭임은 에덴동산에서 뱀의 꼬임일 수도 있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는 악마의 속삭임이 스며들면은 그 외로움은 세상의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가 없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다. 때론 또 다른 유혹에 더 깊이 빠지게 되어 굳건히 살아온 인생을 아픔과 후회로 상처를 안은 이별 앞에서 울게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의 생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련의 속삭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문제, 세상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핑계 삼아 돈 많은 사람을 만나 자기 인생을 바꿔보려는 어리석은 인생들도 많은 것 같다. 그 마음을 이용해서 악마의 저주는 손길을 뻗쳐 손가락으로 부르고 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도 버려야 하는 비정함은 결국 탐욕으로 일그러진 욕망은 스스로를 망하게 한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잘못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나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그의 사소한 행동까지 집착하게 되는 잘못된 생각이 가슴을 파먹기 시작하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떨리는 가슴으로 울어야 하는 가시나무새를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누구하고 만나고 누구하고 밥을 먹고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믿음 없는 그를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나기도 한다. 잘하고 있겠지,. 

시내를 지나다가 뒷모습이 그이 같으면, 그이가 타는 차가 같아 보이면 갑자기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와 나를 괴롭힌다. 그 사람에 대한 질투와 떨쳐 버릴 수 없는 마음은 어떤 의미일지 자문해 본다. 거의 똑같은 키로 서있는 가로수들은 아마도 같은 시기에 심어졌을 것이다. 나는 그이와 같은 날 태어나고 만나서 사랑을 하고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그림자만 보아도 가슴이 뛰는 격동을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늘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나도 좀 하고 싶은 것 하고 친구들하고 즐겁게 놀고도 싶다”라고 한 적이 있다. 결국 나는 그이의 전부가 아니기에 나만 만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이도 따로 만나는 이와 사랑도 하고 술도 마시고 오락도 하며 즐거움을 갖고자 할 것이다. 사회에서 성공을 하고 남부럽지 않은 부요함을 보여주며 유혹하는 시선이 분명 있을 것이다. 너는 일이 년에 한 번씩 정부를 바꿔가며 탐욕을 해소하고 자기의 꿈을 실현시킬 대상자를 찾아 나서는 하이에나 인지도 모른다. 이별을 그리 쉽게 생각하고 새로운 사랑을 즐기고 자기 하나 마음 편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 나설 것이기도 하다. 그 사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새로운 평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이가 입은 슈트나 비슷한 신발만 보아도 금방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마음이 날아갈 것 같은 날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별 앞에 놓이게 될 것이고 마음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도 그이를 향한 혼란을 떨쳐 버릴 수가 없게 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돌릴 수가 없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내가 이전에 즐기던 여행과 쇼핑 따위의 모든 활동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내 열정이 이끄는 그이에게서 느낌과 상상의 너울에서 나를 혼미하게 하는 모든 것을 물리칠 수가 있을까? 나를 온전히 새롭게 하기 위해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추억들과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는가?     

사랑에 빠졌던 나는 이별 없는 여행을 떠 날 수 있을까? 나는 어디를 가든지 무슨 일을 하던지, 잠자리에 들 때에도 그이를 생각하면 몽상에 빠져 든다. 이미 나에게는 이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없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경련이 일어날 만큼 수많은 영상과 기록들이 넘쳐나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처럼 하얗게 부서져 삼킬 듯 덤벼온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말없이 속삭이며 헤어짐을 다짐할 때 버려야 하는 수많은 추억들을 어디에 둘 수 있을까. 채석강처럼 켜켜이 쌓여 돌이 되어 버린 그리움과 외로움, 고독은 어쩌란 것인가.  누군가와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었다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순정만화처럼, 소설 소나기에서 처럼 순수함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세상적 욕망에 빠져 자기를 정당화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은 이별하는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고 성난 파도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외로움에 떠나는 이별 없는 여행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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