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사랑학 개론

별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by 남재 이진주

모기입이 비뚤어 진다는 절기 처서를 며칠 앞두고 있다. 귀신같이 절기에 맞추어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럴때는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스멀스멀 가슴 한켠을 차지하려고 한다.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나만의 생물학적 본태가 느껴진다.

빛바랜 천에 아름다운 가을 꽃을 수 놓으려는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진짜 사랑에 대해 마음깊이 간직해온 사랑 하나쯤 있으련만 살다보니 그저 아득한 미련같은 것이다.

사랑은 참고 인내하며 수많은 굴곡에서 가슴졸이며 롤러 코스트를 타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필연 같은 것이 있다. 때론 인생 전부를 걸어야 하는 위험과 깊고 신중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은 어쩌면 금방 쉽게 식어버리는 늦가을 한나절 태양같이 뜨겁기만 한 사랑을 하고 있다.

어쩌다 사랑은 자기 인생에 더욱 중요함을 느끼게 되고 긴 여정의 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순간 마음을 빼앗긴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은 금방 사라지는 연기와도 같아서 평생을 이어 지속되지도 않는다. 가을날 지평선 끝에 백색의 순결한 구름처럼 언제 내게로 왔다가 또 언제 어디로 떠나가 버릴것이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미련은 갖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사랑하는 방식이다.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결단도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와이셔츠와 양말까지도, 팬티와 넥타이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함께 관심거리이고 함께 하는 순간만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것을 온통 뒤집어 쓴 사랑이어야 한다.

서로에게 진실했던 기억들은 추억이라 여기고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지움도 너무나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고 영원까지 한속이 되어야 했던 봉건시대의 사랑이 2세기가 흐른 지금에 와서 절절한 사랑은 깨어진 유리잔처럼 쉽게 치워버리는 경솔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연을 핑계로 만나고 곧바로 헤어짐이 휴지로 코를 푸는 별것 아닌 일처럼 치부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샤워하는 느낌으로 돌아서는 가벼운 사랑을 보면서 춘향전 같은 고전의 사랑에서 그 깊이를 되새겨 본다.

쾌락을 향한 육체적 행위와 몸짓이 몇 번의 사랑을 나눔으로 서로에게 바래버린 시간의 어수선함 속에 지워져 버릴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편안한 숨을 쉬며 잠들어 있던 육체적 사랑은 마음과 정신까지도 일치되지 못함에 어쩔 줄 몰라할 때가 있다.

더 깊은 교감에 이르지 못하고 과감한 서툰 결정을 빨리 내려 버리는 성급한 연인들이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조금은 천박하거나 싫어하는 행동도 용납하게 된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이 예전이나 지금에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떠나고 버리는 것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낀다.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에 꾸려질 가족과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어가는 길에 남녀의 사랑은 현실감에서 일체감을 찾지 못할 때 더욱 과감해진다.

오늘도 혹시나 내게 올 연인을 위해 새 옷을 사고 화장을 하고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행복해하던 순간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어쩌다 그 사람이 떠나게 되면 한동안 방구석 어디엔가 팽개쳐져 있을 것이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욕망을 품게 되었다면 어떠한 아름다운 치장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는 것에서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랑한다는 것이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처럼 하얀 거품을 남기고 사라지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사랑은 바람같은 것이다. 절대로 머물러 있지 않은 성질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현듯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그 무엇이 느껴 진다면 사랑이라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내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주의를 하게 된다. 사랑에는 끊임없이 주의를 끌어야 하고 관심과 추근거림이 있어야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평범한 이야기로 서로에게 관심을 끌게 된다면 섬세한 신경으로 조심스러운 스킨십이 이루어지게 된다. 마치 사랑은 아무렇지 않은 양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게 되면 그 사람의 머릿속에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움도 생긴다.

어쩌다가 혼자 있는 시간에는 다른 사랑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사람과 연인이 되어 은밀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누군가에 들키게 되었을 때는 행실이 단정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을 받겠지만 나름 만족감을 찾으려는 시도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사랑을 하게 된다거나 누군가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거나 한 번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쉽게 털어놓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라도 쉽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숨김없이 고백을 했다가 공감은커녕 비난을 받게 된다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랑은 숨기며 하게 되고 이별의 순간도 그렇기에 자기만의 아픔이고 스스로 이겨 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서로 사귀면서 함께 공유했던 즐거운 시간들은 열정에 빠져 경험했던 영화 같은 순간들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고전에서 베르테르가 로테를 사랑하면서 가지게 된 감정은 알베르트가 눈치챌 만큼 넘치는 열정이었으나 사회적인 통념을 무너뜨릴 수 없었기에 로테의 전부를 가질 수가 없었다. 그가 사랑하는 방식은 죽을 만큼 깊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방법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진실한 사랑,플라토닉한 사랑 때문에 목숨 거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인생과 영혼과 호흡까지도 정녕 따로 떼어 놀 수 없는순정연애의 지고지순함이어야 한다.

오늘 점심을 먹고 전통시장 모퉁이 위치 좋은 곳에서 오래된 듯한 카페가 있는데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분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자주 만나고 있는 지인이 자기가 자주 가는 카페라면서 나를 인도했다. 이곳 카페는 늘 한가했고 가성비가 좋다는 커피는 오래된 듯 향미가 전혀 없는 맹맹한 음료였다. 고도의 비만인 수고양이가 최상의 편한 자세로 의자에 벌렁 누워서 주인 양반의 심심한 시간을 서로 채워주는 지난날의 길 고양이었다는 묘생이 너무나 여유로워 보였다. 간간히 우리뿐인 시간이 길어지게 느끼는 때가 자주 있었다. 유심히 창문 쪽을 쳐다보니 “임대” “권리금 없음”이라는 거꾸로 된 글씨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장님, 왜 가게를 내놓으셨습니까?” 주인장의 반응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지를 않아, 유지비도 안 되는 소득으로 계속 문을 열 수가 없잖아요?” “더군다나 젊은 손님들은 들어왔다가 나를 보고는 나가버리곤 하지요. 그럴 땐 많이 속이 상하곤 해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관점이 있었다. 나는 저 연세에 지금까지 커피를 만들고 있다면 “아주 베테랑급의 고급 커피를 먹을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젊은이들은 나이 많이 드신 분이 만드는 커피를 왠지 못 미더웠을 것 같은 생각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노포이기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을 법했다. 잠깐 사장님의 관심을 끄는 얘기를 했더니 주로 오시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셨다. 요즘 나이 드신 분들의 사랑 찾아 유랑 떠도는 이야기를 했다.

시장에는 꼭 있는 춤추는 콜라텍이 하나쯤은 있다.

어떤 80 노객은 이곳에서 춤을 추면서 파트너를 만났고 그와 사랑에 빠져 사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이야기였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 애인으로 발전하면서 즐거운 시간에 늙었다는 생각마저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돈이 많은 상대가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이곳 카페 주인도 나이는 있지만 남성으로서의 성적 감응은 충분한 테크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를 해 주었다.

부부가 오랜 시간 사랑하고 나이 들어 성적 활동이 현저히 떨어진 이후의 삶에서도 다른 이성을 만나면 육체적 사랑이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되고 성적 반응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곳 카페에는 그렇듯 나이 드신 분들의 사랑방이 되었고 춤추고 밥 먹고 맥주 한잔하고 들르는 곳이라고 했다. 인생살이에서 가장 큰 활력소는 사랑이라는 범주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고 했다.

성적인 욕망이나 감정이 배제된 서로의 영혼과 정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플라토닉 사랑은 아주 옛날 고전에서나 찾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로맨틱한 사랑도 오래된 영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사이에서는 성적 매력이나 육체적 욕망을 채우려는 단순한 열정 같은 사랑에 치우쳐 있음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고 도덕적 책임과 윤리의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순간의 감정에 온통 몰입하여 자기의 마음을 끄는 이성을 만나면 지난한 과정을 겪지 않는다. 외형적으로 느껴지는 이끌림에 대부분의 것을 버리고 정당화에 몰입하게 된다. 항상 내 눈에 마음을 빼앗긴 연인도 그냥 한때 좋아했던 사람으로 쉽게 떠나보낼 수 있는 강심장들이 있다. 죽을 만큼 사랑했다고 할지라도 자기 목숨을 거는 사랑은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렸다. 특히나 요즘 방송 매체에서 젊은 이들의 어느 곳에 특정되지 않는 참 쉽고도 어려운 사랑법을 리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마음껏 사랑을 누리고 또 다른 사랑을 찾는 유목민처럼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결론 지을 수 없는 현실은 막연한 사랑의 갈증일 것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에 진실한 사랑법을 시공을 초월해서 깊은 고뇌에 잠기게 하였다. 즐겨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갈팡질팡하는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는 오후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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