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건강마라톤이 참 좋다

by 남재 이진주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셨어요?”

오늘도 여전히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아는 분을 만났다. 어쩌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거의 매일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얼른 비켜 서서 걷는다.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몸이 축축하고 온몸에는 열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바람 한 점 없지만 건지산 숲길을 걷는 이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편백나무 숲이 울창한 건지산 무장애 길에는 성치 못한 몸을 이끌고 나오신 분들도 가금씩 만나게 된다.

건지산 숲길에는 노약자나 임산부 장애인들이 산책하기 좋게 무장애 숲속 데크길을 조성해 놓았다.

또 다른 하나의 길은 맨발 걷기 마니아들을 위한 길이 여러 갈래로 잘 닦여져 있다. 이곳을 찾는 모두가 자기에게 필요한 걷기를 하고 있다.

오늘은 나도 맨발 걷기 숲길을 걸었다. 걷다보면 실하나 매달고 대롱대롱 그네를 타는 애벌레를 만나게 되는데 섬찟한 느낌에 얼른 몸을 틀어 피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옷에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경우도 있다.

숲길에서는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고 서늘하게 식은 진흙길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부쩍 길게 늘어지는 매미소리가 벌써 가을을 알리는 듯 하고 산새소리 들은 많이 잦아들었다.


때론 가끔씩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거지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면서 무장애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다른 길을 걸었으면 하는데 견주들은 대체적으로 배려를 실종한 듯하다. 무장애길 데크에 개가 변을 보기도 하고 기둥에 오줌을 싸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무장애 길은 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습기 먹은 후덥지근한 바람에도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며 조금은 여유로운 일상에 다가서고 있다.

올여름은 예년에 비해 많이 더웠고 오래 지속될 듯하다.

극한이라는 단어를 앞에 세워 극한호우와 극한폭염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상당했고 지역에 따라 많은 어려움을 당하게도 했다. 자연재해는 이제는 예측 가능한 범주를 벗어난듯 하다.

사람 사는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음은 물론 자연의 변화도 예측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여전히 땀으로 온몸이 젖어버렸다. 손수건 하나 들고 나왔지만 벌써 훔친 땀으로 흥건해 버렸다.

덥다라기보다는 푹푹 찐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숨소리 거칠게 그늘을 따라 걷다가 뛰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늘씬하게 뻗어있는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 참나무 군락지에 이르면 서늘한 바람이 조금씩 달겨 든다.

잠시지만 따뜻한 땀방울을 식혀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운동기구가 있는 언덕에서 잠시 앉아서 바람을 쏘이다 보면 목덜미를 흠뻑 적신 땀방울이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이마에 흐른 땀을 손수건을 훔쳐 닦고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쳐다보니 파란색이 너무 맑고 청명했다.

계절의 변화는 절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요맘때쯤 발길에 유난히 많이 떨어져 있는 참나무 끝부분 열매 달린 가지를 보게 된다. 아직 설익은 상수리와 도토리를 두어 개씩 달고 떨어져 있는 것이 가위로 싹둑 잘라놓은 듯하며 이상하다 하리만큼 많이 떨어져 있다.

이런 일을 하는 벌레가 있는데 “도토리나무 거위벌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도토리나무집게벌레라고도 하며 성충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만 들은 얘기로는 이 벌레는 긴 참나무 열매(도톨리나 상수리)에 구멍을 내고 산란을 한다고 한다. 애벌레는 도토리 과육을 먹고 자라서 도토리에서 나와서 땅속에 들어가서 월동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도토리 열매에 알을 낳고 가지를 잘라 땅에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이다.

성충의 주둥이가 마치 거위를 닮았다고 거위벌레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별칭은 참나무 가지를 마치 가위로 자른 듯하여 “도토리나무 가위벌레”라고도 한다고 했다.

숲길을 걷다 보면 자연학습은 덤으로 하게 되니 걷는 일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내가 이 숲길을 걷게 된 것은 갑자기 찾아온 통증을 동반한 척주관 협착증 진단을 받고부터다.

작년 여름 갑자기 겪게 된 허리부터 고관절로 이어 장딴지, 발가락까지 저린 증상으로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어떤 날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일상생활에 커다란 장애를 겪게 된 이후 삶의 질은 극한으로 나빠져 버렸다. 일단은 서 있을 수가 없었고 걷는 일은 더더욱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앉아있거나 누워 있을 때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나 서면 저림과 통증이 시작되었기에 지난한 병원 치료를 견뎌야 했다. 독한 약과 주사를 매일 감당해야 했고 때로는 한방치료로 침과 사혈을 하게 되며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다. 더더욱 뜨거운 여름은 이런 나에게 견디기 힘든 일상으로 다가왔다.

먼저 경험했던 사람들의 사례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발 수술만은 안 하려고 마음먹고 운동 요법을 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몇 걸음 걷기도 힘들었다. 힘들면 쉬고 쉬었다가 조금 걷고를 반복하며 더위를 피해 실내나 그늘길을 택했다.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협착증에 도움이 된다는 여러 가지 운동은 다 해 보았다.

무려 6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 치료와 처방약을 먹고 운동도 쉬지를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은 고난의 시간들은 여전히 난곡불락의 암담함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자멸한 듯 방바닥에 누워서 신세를 한탄하듯 한숨을 쉬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하나님께 투덜대듯 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날 오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기도 중에 허리에서 무엇인가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는 무심하였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일어났더니 통증이 사라져 버렸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골반 통증과 저림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가끔 미미한 발가락 절임은 있었으나 걷기를 하다 보면 그나마도 없어졌기에 기도 덕분으로 하나님께서 내 불평을 들어주셨나 보다 라며 감사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 후로 6개월가량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어떻게 허리가 나았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신앙간증처럼 이야기하곤 했었다.

이후로 나에게는 평화로운 시간이 지속되었고 다시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게 되었다.

산에도 다니고 트레킹도 하고 무리하지 않게 다양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

다만 아직도 못하고 있는 운동이 수영이다. 허리에 좋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무엇이 그리 어렵게 하는지 수영장에는 아직 못 가고 있다.

다시 6개월쯤 지났을 때 허리통증이 발생한 지 만 1년이 되어가는 즈음에 또다시 찾아온 아픔은 지난날의 고통을 다시 겪게 되는 슬픈 현실이 되어버렸다.

정말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왠 일이란 말인가?. 절망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나아본 경험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이 되었다.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통증은 견딜만했다. 다시 병원을 찾았었고 기약 없는 치료에 돌입했다. 담당의사는 언제나 나에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저버린 적이 없다. “내일 또 오세요, 나아질 겁니다. 좋은 약을 처방할게요.”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나는 전과 똑같은 치료에 미심쩍은 마음도 가지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정형외과 치료는 물리치료와 주사, 그리고 약물 처방이었다.

담당의사는 언제나 빼놓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운동도 하셔야 합니다. 다만 무리하지 않도록요.” 그랬다.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 것은 없었다.

나는 달리 방법이 없음을 알고 내 방식대로 운동을 해 보려고 했다.

예전에 내가 정신적 고통과 부정맥과 소화기 계통 이상으로 몸이 많이 아팠을 때 어떤 선배의 조언으로 마라톤을 하게 되었고 이후 상당한 효과를 보았었다.

뛰기 시작하면서 정신이 맑아졌고 몸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되어 지속적으로 한동안 매일 뛰기를 게으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100m 도 못 뛰었던 내가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처음 도전한 김제 지평선 마라톤에서 5km를 29분에 돌파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후로 20여 회 넘는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고 10km와 5km로 건강마라톤을 참여하게 되었다. 건강은 회복되었고 이후로 달리기를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그때 그 기억을 더듬어 내가 선택한 운동은 아침에 걷기와 저녁에는 뛰기를 결정했다. 벌써 일주일째 5km를 매일 뛰고 있다. 이제 아프지 않았다.

허리는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 있다. 힘들지도 않고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토록 빠지지 않던 뱃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몸무게도 줄어들고 있다. 한때 87kg까지 쪘던 비만이 6개월 만에 이제 77kg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살려고 뛴다. 병을 낫기 위해 뛰려고 한다. 나이 든 노인의 비만을 해소하려고 뛸 것이다. 땀에 흠뻑 젖어 상쾌한 하루는 뜀 이후에 덤으로 숙면을 취하게 되니 또 하나의 행복함에 거할 수 있다.

참나무집게벌레의 지혜를 걸으면서 얻었다면 뛰면서 얻은 지혜는 긍정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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