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지금 축제의 계절이다.

전통문화예술이 노화되는 안타까움

by 남재 이진주

길가에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을 타고 한들한들 피어난다.

가을 들녘의 황금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곡식들이 알차게 여무는 계절, 나이 든 농부의 땀과 정성이 결실을 맺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다.

길가로 빨간 꽃, 분홍꽃, 하얀 꽃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피어나면 가을 들판에는 고추잠자리도 참새들도 덩달아 들판을 날고 있다.

무르익은 가을볕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밝게 떠오른 달빛아래 마음마저 들뜨게 만드는 축제의 계절이 왔다.

농촌에는 막걸리 익는 냄새가 읍내 오래된 빵집까지 이어져 이스트냄새와 정겨운 인심이 어우러진다.

해바라기가 고개를 못 이겨 숙여 힘들어하고 주먹만 한 사과대추와 홍로사과가 빨갛게 나무마다 힘겹게 매달려있다. 홍시가 익어가는 가을하늘은 높아 푸르고 하얀 뭉게구름은 마술을 부리고 있다.

요맘때쯤은 농촌에는 추수가 시작되고 꽃길이 만들어지며 마을 사람들은 다양한 축제를 열어 가는 곳마다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가을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풍요롭고 아름답지만 역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묻는다면 맛과 멋의 고장, 단연 전라북도일 것이다.

전북은 가을꽃, 단풍, 레트로 감성, 체험형 전통문화예술과 여행축제로 많은 찾는 이들에게 흥과 재미와 맛을 전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가을 축제인 김제의 지평선 축제, 완주군의 와일드푸드 축제, 정읍의 구절초 축제, 무주의 반딧불축제, 임실 엔 치즈 축제,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순창의 장류 축제, 고창읍성 국화축제, 군산의 시간여행 축제, 익산의 천만송이 국화 축제, 남원의 흥부제, 진안의 홍삼 축제, 부안의 붉은노을 축제, 전주페스타 2025로 담아내는 한지산업대전, 전주비빔밥축제 등 지역마다 한두 가지의 색다른 축제를 열고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을 축제는 지역별로 전통과 미래를 이어 다채롭게 꾸려지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촌 체험형 문화축제이기도 하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동네 모든 축제에는 뭐니 뭐니 해도 전통 놀이와 풍물이 앞장서서 축제의 흥을 돋우고 이끌어 간다.

축제의 문을 열어주는 오방색 옷을 입은 풍물패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예술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구성지며 다채로운 가락으로 농촌의 풍요로움과 백성들의 시름을 달래주던 최고의 민중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결코 소멸되어서는 안 되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을 담는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며 미래문화축제로 그 맥락을 이어가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

어쩌면 사람들의 삶의 질의 변화와 생활 형태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잊혀 가고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위기에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넓혀오고 있어 전통문화 예술은 점점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전통문화예술분야에 간신히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제 70~80세 노인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아름답고 힘차고 우리 민족의 흥을 일깨워 주는 농악풍물패를 좋아하고 즐기기도 한다. 상쇠가 앞에 서고 포수와 광대와 꽹과리가 흥을 돋우고 장구와 북, 징, 소고 등이 뒤를 따른다.

호남에는 우도농악과 좌도 농악이 전해지고 있는데 좌도는 임실농악을 주축으로 산간마을에서, 호남우도농악은 정읍, 김제를 주축으로 평야마을에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시골마을에는 전통문화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없어서 극한 노화로 이어지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 전통문화인 농악은 다행히도 마을의 축제에는 아직도 등장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면면은 점점 노화되고 있다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배우는 이가 적으니 남녀노소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는 위태롭기마저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 농악뿐이겠는가?

다행인 것은 지역마다 축제를 열고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재미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며 직접 참여하고 느껴보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전통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전승하고자 노력하는 연로하신 문화예술인들이 다수 계신다는 것이 아직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듯하다. 하지만 그들 품에 젊은이들의 참여와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아쉬워하고 있기도 하다.

전통문화예술은 남녀노소가 서로 어울림이고 소통하고 엮어지는 동아줄 같아 인류역사의 문화예술을 견인하는 생명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연예인으로 많은 존경을 받던 개그계의 대부 코미디언 전유성 님이 별세하셨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그가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사랑하고 육성하기에 헌신했으며 어느 누구라도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개그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었던 그는 많은 후배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데 부족함이 없는 분이셨다고 한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열정을 보이며 남긴 수많은 애드리브와 개그는 신세대를 이어 전통으로 이어져 갈 것이라 믿는다.

단지 개그맨의 대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코미디계의 발전과 계승에 남다른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그도 나이가 들어가며 좀 더 오랫동안 새로운 세대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많은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개인의 삶이겠지만 그가 이어오고 노력해 왔던 문화예술의 계승발전을 향한 노력은 분명 남다른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 추정해 본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정진하고 있는 문학 활동이나 지역의 전통문화를 바라보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디지털문화에 밀려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우리 미래세대가 새로운 미래문화를 창조하고 날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생성해 내는 MZ세대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기발한 문화생성은 온 세계 가운데 케이팝을 심어 가고 있어서 한편으론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문화예술은 전통과 미래의 만남이고 어울림이다. 또한 시대의 혼과 열정을 담아 왔기에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역사적 위상과 민족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전통과 새로움이 동아줄처럼 꼬아서 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그 하나라도 맥이 끊어지거나 약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시대적 가치를 충족하지 못해 쉽게 포기해 버리거나 미래지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겨우 몇 안 되는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생계를 걱정하게 되고 결국 돈이 되는 분야로 떠나버리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면에서 차등이 심하고 유명과 무명에서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 문화예술 부문도 상업적 성격을 띠게 되고 변질되어 무한 경쟁을 하게 되는 현실이다.

문화예술은 창의성이 가장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각 사람들이 문화예술의 가치를 지켜 가는 일에 존중과 보상이 따라주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면 인기를 끄는 일부 트롯 가수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지만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활고를 겪게 되어 다른 직업군을 택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유망한 성악가로서 인정을 받았으나 국내에서 열악한 환경 때문에 목수가 되어 인테리어를 생업으로 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한분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면서 그림이 팔리지 않아 많은 전시를 열어도 소득이 없어 붓을 놓아야 할 것 같다고 한다.

AI가 더 좋은 그림을 그리고 멋진 시를 쓰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니 더할 말이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에 당면해 있기도 하다.

사람의 감성과 재주와 혼이 어우러져 만들어져 왔던 문화예술은 이제 어쩌면 기계에게 넘겨주어야 할 모양이다.

사람도 특출 난 사람만 인정해 주는 세상이 되어 인간미가 없어지고 정이 없는 삶에서 문화예술은 결국 경제 논리로 풀어가게 될 것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다양함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만 같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여도 사람이 만든 고도의 숨결이 스며있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이 새로운 문화와 융합하지 못한다면 가까운 훗날에 기계음만 들리는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반문해 보게 된다.

새로운 문화와 구분되어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전통문화예술의 노화를 아쉬워하게 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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