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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박성민 Aug 10. 2023

1. 엄마는 원래 잘했어요?

아이에게 집중하기 

그렇게 쓰고 싶던 브런치를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다.

사는 것이 무에 그리 바쁜지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늘 아쉬웠었는데 31년차에 갑자기 찾아온 병가로 도전할 용기를 내었다.

맞벌이 가정으로 휴직 한번 없이 달려 온 삶이지만

늘 자식을 키우는 과정 속에서 많을 것을 깨닫고 배우기에

결혼과 자녀의 양육은 ‘부모됨의 과정’이자 ‘어른이 되는 구도의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각인된 경험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큰 아이에게 시킨 일의 수행이 완벽하지 않아서 

잔뜩 잔소리를 하면서 이렇게 대충하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크게 뜬 순진한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엄마는 원래 잘했어요?”라고 물었다.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아이보다 나이가 30살이나 많은 교육학 박사인데 

아이만큼 마음의 품이 넓지 않았다는 직면에 그래 ‘네가 옳다’는 동의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일꺠워준 자식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의 직업상 컨설팅과 특강을 마친 후 남아서 질문을 하시는 유아기 부모님의 질문 내용은

손가락을 빠는 아이,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 친구와 갈등이 많은 아이,

혼자서 놀잇감을 선점하려는 아이, 행동이 과격한 아이(행동으로 말하는 아이), 

형제자매와 갈등이 많은 아이, 엄마를 때리는 아이, 발달이 지연된 아이, 

쌍둥이 형제를 같은 학급에 다니는 게 좋은지 다른 학급에 두는 게 좋으냐까지

각양각색의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엄마만이 아니다.

요즘은 아빠, 할머니들도 한참을 기다리셨다가 질문을 쏟아 놓으신다.     


그래 우리가 언제 양육을 공식적으로 배우고 부모가 되었나

이미 핵가족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는

육아를 부모님께 어깨너머로 배우지도 못하고 웹검색과 육아서적에 의존했었지.

6.25.에서 살아남은 나의 부모님 세대는 우리의 이유식을 제대로 챙기셨겠는가?

어느 세대이건 그 세대의 문화가 있기 마련이라 자녀 세대와 양육방식의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

예전 어른들도 젊은이들을 걱정했고, 지금도 그런 걱정이 반복되듯 말이다.     


보호자들의 폭넓은 질문 속에서 나는 일관된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의 사정이나 형편을 살피지 않고 결과에만 집중한다.

어쩌면 과정보다 결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서열화 교육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마치 우생학처럼 인간의 능력을 지적 능력으로만 우선시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가 높다고 해서 대인관계에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는 누구나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고유함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

마찬가지로 누구나 완벽한 실존이 아님에도 유튜브 동조효과 실험에서와 같이 인간은 쉽게 휩쓸리고, 정상과 비정상 중 비정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헸던가.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두얼굴에 대한 설명에서 구성원의 70%가 틀린 답을 하여도 인간은 인간관계를 맺고 포함되려는 강력한 동기가 있기 때문에 배제되는 경험을 피하고 싶어하는 소속감의 욕구로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내가 이상하구나’, ‘괜히 튀는게 싫어서 묻어가자’를 선택하게 된다고 하였다. 

인간은 위대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한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어른의 판단이 아이보다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전문가도 함부로 부모와의 애착 문제로 단정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듯

우리는 인생을 얼마 살지 않은 영유아든 아동이든 청소년이든 아이들에게 좀 더 관대하고 느긋하게 바라보고 교육했으면 한다. 아이가 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깨달으며 사는 여정이기에 반백살이 넘어서야 얻은 통찰과 

기억에 남는 교육 및 상담 사례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 여행을 떠나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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