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 앙금으로 남지 않으려면
자녀에게 잔소리 안하는 엄마는 없다.
그 잔소리가 어릴적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세월이 흘러 추억으로 남기도 하고,
명절때 설화가 되기도 하며,
잔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끝에 극복하거나,
평생의 상처로 남아 치유해야할 과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모님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훈육을 받았겠지만
대부분 잔소리, 회초리, 충고, 조언, 욕까지 먹고 컸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반복적인 주입식 훈육으로 말이다.
어릴적 엄마는 내게 파괴살이 있다고 하셨다.
매일 무언가를 잘 부시고 넘어뜨리고, 깨서 들은 잔소리다.
어릴적 물건을 넘어가려다 물건을 넘어뜨리고
높은 찬장에서 컵을 꺼내려다 컵을 깨고
그릇을 비켜가려다 그릇에 담긴 음식을 쏟고
책장 정리하려다 옆에 있는 물건과 책을 다 무너뜨리고
한마디로 매사 조심성 없이 덤벙거린다는 뜻이었다.
나이 들면서 철이 들어가듯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이런 반복된 설레발 행동이
나의 특성으로 굳어진 엄마의 잔소리를 너무 듣기 싫어서
물건을 넘어갈 때도 천천히
높은 곳에서 물건을 내릴 때도 의자 사용
그릇을 비켜갈 때도 조심조심
책장 정리시 북앤드와 작은 책장 활용 등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 행동하는 습관으로 나를 바꾸려고 엄청 노력하였다.
그렇다고 아직도 가끔 덤벙거리는 특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대인관계, 업무 처리 과정에서 조금 서두르는 경향이 있어 조절하고자 아직도 노력 중이다.
덕분에 지금은 비교적 매우 조심성 많은 어른이 되었다.
문득 파괴살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여 명리학에 있는 용어인가 찾아보니 그런 용어는 없다.
관련된 의미로 인간관계나 상황에서 갈등, 단절, 충돌, 이별 등을 유발하는 기운이라고 나온다.
재밌게도 파괴살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서 등장하는 아카자의 핵심 기술로, 상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예측해 압도적인 전투 우위를 점하는 혈귀술로, 주요 특징은 감지 및 예측 능력, 압도적 전투력, 다양한 공격방식으로 설명한다.
그럼 '살(煞)'은 무엇인가 싶어 찾아보니 반대로 활동성과 변화의 에너지로 해석된다고 한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a. 죽이다 b. 총괄하다 c. 결속하다 d. 단속하다 e. 수효가 많다 f. 이기다, 제약하다 g. 흉신(사람을 해치는 독한 기운)
누군가(자신과 타인)를 위험하게 할 수 있으니 변화하라는 뜻이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일이 없듯, 동전의 양면과 같이
잔소리도 잘 활용하면 변화와 성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육과정에서 잔소리를 듣고 자란 나는 엄마에게 앙금이 없다.
나의 행동이 변화되어서인지 이제 엄마는 버릴게 하나도 없다고 하신다.
엄마의 엄마(외할머니)께서 양육과정에서 어떠셨는지는 모른다.
다만 양육 과정에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하여 나도 양육 과정에서 그런 실수를 대물림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귀멸의 칼날의 핵심 주제는 가족애와 인간관이다.
가족애로 시작한 잔소리가 감정적 상처, 오해, 미움, 이별을 유발하며 인간관을 파괴하면서까지 지속되서는 안된다.
부모양육태도 검사에서 지지표현, 합리적 설명, 성취 압력, 간섭, 처벌, 감독, 과잉 기대, 비일관성을 측정한다. 이때 자녀에 대한 간섭, 처벌, 감독이 너무 높거나 낮은 것은 자녀에게 미치는 장단점이 있다. 대체로 높으면 6세 이하의 어린 시기의 인지발달에 도움, 책임감, 행동규범이나 학습 습관 형성이 도움이 되나 자녀의 자율성 저하, 사고의 경직, 낮은 문제해결력, 공격성, 수동적 성향, 자존감 저하, 자율성이 저해된다. 만약 간섭, 처벌, 감독이 너무 낮으면 방임으로 인한 혼란, 규칙 이해의 부족이나 무시, 책임감 부족, 행동 통제의 어려움, 낮은 학습 태도, 성취 의욕이 적을 수 있어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부모의 양육관이 다르면 자녀들은 종잡을 수 없는 부모의 다른 양육 태도에 혼란을 느낀다.
같은 잔소리여도
돌아보면 상처는 나의 처지(심신)가 안좋을 때 더 깊게 패인다.
낙인이나 좌표를 찍기 위한 잔소리(비난, 평가)는 궁극적으로 자식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마음(빈정) 상하게 하여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누구(부모가 아닌 자녀)에게 바람직한 것인가가 관건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행동도 좋아진다.
자녀에게 잔소리 하지 않고 키우는 방법은 많이 있다.
선택권 주기, 내 감정의 주관적 해석이 아닌 행동의 결과 언급하기, 논리적 결과 경험하게 하기, 규칙(규율) 함께 만들기, 화날 때 잠시 거리두기, 즉각적 강화, 비유관 강화(칭찬할 조건이 아니어도 문제행동 예방, 긍정적 관계 형성, 자존감 향상을 위해 칭찬과 관심 주기) , 부모도 실패하고 좌절할 때가 있다는 것을 대화나누기, 부모도 부족한 실존임을 인정하기 등이다.
컨설팅 가서 만나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어릴적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도
성인이 된 자녀에게 충고와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잔소리를 하여 자신감을 잃어가는 자녀가 있다.
부모의 양육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하지만
양육과정에서 부모도 실수하고 실패하며 깨달음을 얻는 것도 긴 인생에 도움이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자기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자녀에게 '엄마가 처음이어서 몰랐다'는 일방적 이해를 구하지 않게 된다.
요즘 MZ 중에는 그조차도 정서적 학대를 정당화하는 변명이라고 한다.
부모도 내가 아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를 이해해야
부모로서 바로 서고, 자녀가 잘 성장하도록 양육할 수 있다.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겠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자녀에게 평생 앙금으로 남지 않도록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