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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배변훈련

아이의 특성에 맞는 배변훈련 방법을 선택하자.

by 유진 박성민

언젠가 우리반 학부모의 소개로 다른 기관에 다니는 장애유아의 배변훈련에 대한 상담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자폐성장애로 7살이 되었는데도, 바지에 대변 실수를 자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원인이 변기에 앉기 싫어해서 그냥 바지에 눠 버린다고 하였다.

아마도 변기에 앉는 연습 과정에서 적응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통합유치원에서 난감한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보통 유치원에 와서 그것도 통합교육기관에서 배변의 실수가 잦은 유아의 경우

배변훈련에 집중하다보면, 통합교육의 의미가 온데간데 없이 사회성 발달은 고사하고 거의 종일 화장실에만 앉아 있다가 가는 유아도 있다.

이럴 때 협력을 하는 특수교사는 화장실에만 앉아 있고, 일반교사가 통합된 다른 특수교육대상유아도 맡아서 교육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유아기에는 누구나 한번쯤 실수를 하기 때문에 표찰지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활연령이 7세 정도 되면, 초등학교를 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너무 빈번한 실수를 하는 경우는 배변연습은 시급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소방차, 인형 등이었다.

우선, 좋아하는 인형을 변기에 앉히고 역할극을 하듯 엄마가 인형을 대신하여 연기를 해보시라고 했다.

둘째, 만약에 별 관심이 없다면 소방차나 인형을 안고 변기에 앉게 하도록 했다.

셋째, 엉덩이를 변기에 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니, 변기의 물을 내린 뒤 변기 안을 마른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고, 그 안에 소방차 스티커를 코팅하여 붙인 뒤 아이가 용변을 볼 때 변기 안을 쳐다 볼 수 있게 해주라고 했다. 물론 그러기 전에 변기에 앉아 있는 아이와 마주 앉아(엄마는 목욕의자에) 꼭 껴안아 준 채로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시라고 했다.

넷째, 화장실의 천정과 변기 뚜껑 안쪽에 좋아하는 소방차 그림이나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변기에 앉을 때 변기 뚜껑의 소방차 그림을 보면 변기 앉는 것이 즐거울 것이라는 점, 용변을 보면서 천장을 보면 좋아하는 그림이 있어 편안해 할 것이고, 변기에 앉는 시간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2-3주일 뒤 우리반 어머니께서 회신을 주셨다.

알려드린 방법이 효과가 있어 아이가 변기에서 대변을 볼 수 있게 되었다며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그 아이 어머니는 직접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오셨다. 소변을 자꾸 변기 밖에 눟는 사내녀석들 때문에 생각해 냈던 아이디어 덕분에, 대변 훈련을 위해 양변기에 적용하였는데 적중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과거에 특수교육 교육과정 기본교육과정 미술 교과서를 집필할 때 국정교과서에 담을 수 있었다. 특별한 감각적 특성을 가진 다른 자폐성장애유아에게도 효과를 톡톡히 보았기 때문이다.


변기에 앉기 싫어하는 감각의 이상성이 있는 자폐성장애유아의 배변훈련은 이렇게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다른 장애를 가진 유아들에게는 특별한 기저귀가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수를 하면 척척한 느낌이 빨리, 많이 드는 기저귀, 용변을 알려주는 소리 나는 기저귀, 조금 큰 아이가 실수를 해도 입을 수 있는 기저귀 등이다.

간혹 지인 중에 또는 인터넷 사연을 들어 보면, 전형적 발달을 보이는 아이가 기관에서 대변을 커튼 뒤나 한쪽에 숨어서 몰래 눠서 옷에 실수를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마도 이것은 아이가 편안하게 배변하기 어려운 환경이거나 대리 양육을 하는 기관의 대처 방법에 자연스러움이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저귀를 떼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부드럽게 지도해야 한다. 억지로, 그리고 강제로 지도해서 배변훈련은 효과가 없다. 그래야 그 이후에 다가올 후유증도 없다.


2010.07.11 잠이 오지 않는 야심한 밤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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