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훈련은 자연스러움이 비방이다.
장애영유아의 배변훈련을 어떻게 시킬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해답은 전형적 발달을 보이는 영유아의 배변훈련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장애유형별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배변 지도 기술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첫 아이를 낳고, 친정어머니께서 "너는 9개월부터 똥오줌 가렸다"는 말씀에 육아관련 서적도 살피지 않고,
직장 다니느 나를 대신하여 돌보아주시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10개월부터 배변훈련에 돌입하였다.
프로이드의 성적발달 단계도 무시한채.....채근하고, 닥달하고, 칭찬하고 그러다 낮에는 소변을 잘 가리는데, 밤중에는 일불과 요, 베개까지 적시는 예가 다반사였다.
기저귀를 일찍부터 많이 아꼈다고 칭찬하곤 했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5살 이후부터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6까지 이어진 야뇨는 물론이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면, 아이가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고, 소변을 눈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자주 화장실을 찾는 과민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그즈음 큰 아이의 야뇨를 고칠 수 있었던 것은 두살 터울의 동생을 키우면서 통찰력이 생긴 덕분이었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둘째는 신경을 쓰지 않고 키워서인지, 기저귀를 한참 동안이나 차고 다니고, 차고 잤다. 거의 27개월까지...... 그러데 희안한 것은 거의 24개월부터 자고 일어나도 기저귀가 보송보송한 것이었다. 아이마다 다른 특성도 있지만, 닥달하지 않은 덕분에 27개월에 자연스럽게 밤중 소변을 가리게 되었고 이것은 바로 아기 엄마들의 교과서와 같은 육아책에 나와있는 밤중 소변을 떼는 시기가 유아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33개월 정도라는 것과 어느정도 일치하였다. 편안한 상태에서 저절로 소변을 가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나는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전형적 발달에 대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었다.
보편적 발달의 단계를 거치지만, 그 발달은 아이들마다 다르고, 똑같지 않으며
다양한 유아들을 지도하면서, 마찬가지로 내 육아경험이 전형적 발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즉, 전형적 발달을 보이는 유아들을 지도하다보면 간혹 유아들마다 달라서 7살이 되어서도 항문을 닦는 뒷처리를 도와주어야 하거나, 지켜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 등도 종종 있다. 그러니 기저귀 떼기와 배변훈련 역시 장애유아들에게 적용한다면 더 다양한 양상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의 배변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는 대체로 우선 기저귀 부터 빼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인가 싶다. 지나고 보면 강제로 기저귀를 빼서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프로이드는 항문기에 강제적으로 기저귀를 떼려할 때 아이에게 강박적 성격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기저귀 떼는 시기란 아기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나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얻은 결과,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대체로 24개월부터 36개월 사이에 자연스럽게 뗄 것이라는 것이고, 강제로 떼려할 때 그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자율성과 수치심이 길러질 때이므로 엄마가 강제로 유아용 변기에 앉히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유아용 변기로 유도하고, 천천히 연습을 확장해 간다.
때로는 유아용 변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처럼 성인용 변기에 앉겠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유아용 변기커버를 얹어주고 곧장 연습에 돌입할 수도 있다. 아이마다 자율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아에 따라서는 유아용 변기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정답이 없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요사이 나의 관심거리와 화두는 "본성대로 키우기"이다.
아마 배변훈련에도 적용되는 의미일 것이다.
지나고 보면, 다 실수투성이이고, 후회 뿐이지만 실수를 통해서 값진 것을 얻었고, 다시는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
20여 년 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