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룸(Alpha Room)이 필요한 현대인
얼마 전 잠시 그분이 오셔서 장기전세임대아파트를 알아보러 다녀왔다.
신규 아파트를 안본지 오래 되어 이전에 유행처럼 진화하던 2베이, 3베이, 4베이가 아닌
요즘은 알파룸과 펜트리(pantry)가 1개가 아닌 2개라고 자랑하는 모델하우스를 다녀왔다.
베란다 거실 확장, 신기한 주방 수납장 등 오랜만의 모델하우스 구경이라 새삼 놀랐지만
펜트리가 신발장에 1개, 거실에 1개가 있어 살림을 구분해서 사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인 집에 들렀을 때 펜트리를 옷장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참 유용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수납공간의 장점은 지저분한 물건을 보이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한편으로 오히려 정리 공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물건을 사다가 더 채워둘 것 같은 염려도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안방에 숨어 있는 공간으로 추가된 ‘알파룸’이었다.
최근 아버지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쓸 수 있어 인기라고 했다.
서비스 공간으로써 알파룸(Alpha Room)이란 아파트 설계 시 남는 면적을 합쳐 만든 작은 공간이라고 한다. 주로 창고, 서재, 드레스룸 등으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아버지들이 책을 보거나 작업을 하거나 술(홈 와인바)을 마시는 공간 등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평수가 넓으면 알파룸이 한 곳 이상인 곳도 있다.
얼마전 TV 상담 프로그램에서 남편이 자꾸 집을 나가는 이유가 자녀들이 점차 커가면서 다자녀인 아이들에게 각방을 주다 보니 부부의 방 없이 거실에서 생활하는데 복잡한 환경에 부인의 미덕인 잔소리까지 더해질 때 자기만의 공간이 없어서 직장으로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상담의 시작은 부부싸움이었는데 환경에 순응하는 사례의 부군은 공간에 대한 허기를 채우고 싶어했다.
이래서 부부간의 관계는 부부만 알기에 남의 가정사에 감나라 배나라 하지 말라 하는가 보다.
자녀를 키우는 사람은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진 경우가 많지 않겠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지낼 때의 행복도 있지만, 때로는 미치도록 혼자 지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핸드드립 커피를 천천히 내리는 여유를 만끽하고
커피의 적당한 온기를 느끼며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싶다.
일중독처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 없이
나만의 속도로 여유 있게 살고 싶다.
미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을 때 죄책감 없이 쉬고 싶다.
미치도록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시간의 주인공이 되어 내 마음대로 다 해보고 싶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알파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