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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와 어르신과 소극적인 아줌마

by 라이프 위버

막걸리와 어르신과 소극적인 아줌마


하루에 세 번
동네 비탈길을 오르는
남자 어르신
뒷짐 진 손에는
막걸리가 한병
가끔은 비틀비틀 걷다가
어느 여름날 저녁에는
길에 누워버리셨다
일어나서 댁으로 잘 가시는지
문 열고 몇 번을 내다보았다

막걸리만 마시는 건 아닐까
집에 가족은 있는 걸까
막걸리를 한 병씩 사는 이유는 뭘까
세 병은 너무 무거운가
외출할 핑계를 만드는 생활의 지혜인가
막걸리가 그에게 유일한 벗인 것 같은데
그에게 막걸리 말고도 벗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안 보일 수도 있는데
내일은 구청에 전화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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