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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벼슬

by 라이프 위버

학교에서 저의 소속은 교양대입니다. 저는 변방인 교양대에서도 외딴섬 같은 존재입니다. 교양필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운영하는 교양선택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그런 외딴섬 같은 존재가 외롭지 않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나란히 같은 층에 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들(여성 셋)과 친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최소한 한 학기에 한 번 이상 한 연구실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 날 화제가 남편이었고 각자 남편 흉을 보다가 그래도 고마운 점은 있지 않냐고 이야기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날 든 생각을 정리해서 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시는 어쨌든 허구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현실을 편집하는 그런 것이죠.




나이가 벼슬



손목에 관절염이 있는 K는
셀프 식당에 가면
트레이는 늘 남편이 들어준다
좋아하지만 겨우겨우 등산하는 Y를 위해
스틱은 남편이 늘 정리해 준다

손이 느려 집안일이 늘 밀리는 C는

쌓인 설거지를 출장 다녀온 남편이 해준다

그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젊었을 때는 당연하게 받았던 친절이
고령의 길목에 서보니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질 체력이라서 직장일, 집안일을 하고 글을 겨우 쓰고 있는 형편이라 다른 분들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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