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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Sep 06. 2023

나의 해방일기 1

드디어 혼자서도 등산을 가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라는 위기에 나는 등산이라는 삶의 낙을 찾게 되었다. 60이 넘어 남들은 의사말을 듣고 가능한 평지만 걸으려고 하는 때에 나는 높은 곳에--그래봤자 아.직.은. 해발 400m 정도가 적정 수준이다--오르는데 맛을 들였다.


코로나 첫 해인 2020년을 어영부영 보내고나자 몸이 급노화되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녹화강의를 촬영하는데 숫자를 잘못 읽기도 하고 하고싶은 말의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운동종목을 고르던 중 등산이 생각났다. 가까운 곳에 관악산도 있겠다 남편이 산꾼이니 도움을 받으면 되겠다 싶었다. 남편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일주일에 한 번 나와 함께 산에 가달라고.


동작이 꿈뜬 나와 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산에서 먹을 간식을 챙기고 마실 물을 챙겨 배낭을 꾸리는 것은 남편이 담당했다. 2021년 3월의 관악산은 내게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막 피어나고 있는 버들강아지에도 감탄하고 작은 새들의 날개짓에도 감탄하고 계곡의 조신한 물줄기에도 감탄했다. 그렇게 산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나와 등산하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 20, 30km을 뛰고 백두대간 산행을 북진, 남진 다 한 베테랑이니 나이에 비해서도 느린 나와 산길을 걷는 것은 답답해서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혼자서 산행을 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꾸역꾸역 따라나섰다.


그러다 2023년 봄부터 드디어 혼자서도 배낭을 챙겨 가까운 산에 갈만큼 산에 푹 빠졌고--푹 빠지니 용감해졌다--트랭글 앱의 지도를 보는데도 익숙해졌다. 나의 변화의 하이라이트는 무등산 나홀로 산행이다. 지난 8월 말에 광주광역시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릎때문이거나 산행에 관심이 없거나해서 산림욕장으로 향하고 나만 혼자 무등산의 토끼등까지 올랐다. 사는 곳 가까이 있는 산에만 다니다가 전국구의 산에 혼자 오르다니 정말 뿌듯했다.


산악회도 두 군데 정도 가입되어 있다. 여럿이 함께 가는 산행도 좋지만, 산에 가고 싶을 때 혼자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혼자서도 산에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을 자축 또 자축한다!(결국 남편을 해방시킨건가? ㅎㅎ)




(제 브런치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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