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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Sep 16. 2023

그러니까 아가씨, 눈물을 거두세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보고

어제(22.3.19)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한 아가씨가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목수인 아버지가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다른 아빠들처럼 실내에서 컴퓨터로 일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저는 그 아버지가 부럽습니다. 

비록 때로는 추운 데서 일해야 하고 힘들게 몸을 써야 할지 모르지만 벌써 20대에 혼자서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장인이 되었고,

 한옥의 세계는 평생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할 만큼 어떤 경지에 도달했고,

뭐든 뚝딱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사무직은 창작과는 거리가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집을 짓는 것은 위대한 창작입니다. 사무직종에서도 일이 주는 보람과 기쁨의 순간들이 있겠지만 한옥을 완성하는 대목수의 희열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요. 그런 내적 충만함 때문에 아버지는 일이 고정적으로 있지 않아 가장으로서  미안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정말 멋진 분입니다.


빈 말이 아닙니다. 그저 서사를 위해 만든 미사여구가 아닙니다. 저는 요즘 부러운 분들이 약초 연구가, 버섯 박사, 나무 의사, 조경사와 같은 분들입니다. 현직에서 은퇴하면 우선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전기톱을 분해하고 조립할 줄 알아야 하고 실제로 나무를 자르는 등 근력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근육 푸어인 저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실로, 전 다시 태어나면 공부 같은 것은 안 하고,  박사학위 같은 것도 절대 안따고, 자연 가까이에서

내 몸을 움직여 먹고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의 재능을 조금씩 기부하며 살 것입니다. 그런데 100세 시대니 늦었다 생각 말고 다시 태어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이제부터 배워가며, 서툴더라도 그런 삶을 살아갈까 합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나의 남편 감에 목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포함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소개팅에서 남자를 만나면 나무로 새집을 지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볼 거예요.


그러니 아가씨, 목수 아버지를 둔 당신은 행운아예요. 그러니까요~ 눈물을 거두세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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