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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Sep 11. 2023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

뮤지컬 '정순왕후'를 보고

남양주시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정순왕후’를 보고 왔다. 지인이 제작에 관여해서 멀리 다산아트홀까지 원정관람을 했다. 공연을 기 전에는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영조의 계비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조선시대에 또 다른 정순왕후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단종의 왕비였다. 역사에 별관심이 없는 나도 단종의 비극은 잘 알고 있었지만 단종의 왕비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정순왕후는 15세의 나이로 한 살 아래인 단종과 혼인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3년간의 짧은 결혼 생활 끝에 지아비인 단종은 유배를 떠나야 했다. 정순왕후의 기구한 삶은 그때부터였다. 궁 밖으로 쫓겨나 살아야 했는데 세조의 도움을 거절했기 때문에 함께 사는 시녀의 구걸이나 인근 여인들이 가져다주는 먹거리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 당시 지아비를 잃은 왕가의 여인들이 사는 ‘정업원’이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 산적도 있고, 친정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죽었기 때문에 신분이 노비로 전락했으나 세조의 배려로 실제 노비로 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82세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왕가 사람들은 물론 조선시대 사람들에 비해서도 아주 오래 산 것이다. 말년에는 출세한 단종의 누나의 아들이 그를 모시고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 한 많은 인생을 인내로 버티며 살기에는 너무도 오랜 세월이었다.

정순왕후 생애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 것이다. 뮤지컬의 스토리는 죽기 전 정순왕후가 어린 몸종에게 자신이 살아온 삶을 들려주는 형식이었고 주제는 정순왕후의 단종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정순왕후의 그리움은 오늘날 숭인 근린공원에 있는 ‘동망정’이라는 정자가 입증해주고 있다. 정순왕후가 ‘정업원’에 기거할 때 매일 아침 단종이 있었던 영월 쪽을 바라보며 그의 명복을 빌었던 바위가 있었고, 훗날 영조는 그 이야기를 듣고 친히 동망봉이라는 글씨는 써서 그 바위에 새기게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바위는 일제강점기에 소실되었고 그 근처에 정자가 지어진 것이다.

뮤지컬에서 단종은 스위트하게 그려진다. 영월로 유배를 떠나며 왕비와 이별을 할 때 왕비의 꽃신이 벗겨지는 것을 본 단종은 뒤돌아와서 왕비의 신발을 신겨준다. 그런 스위트한 남편이라면 자신이 죽은 후 부인이 그렇게 자신만 그리워하며 외롭게 사는 것을 바랄 것인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남편은 바라지 않는 것을 그 당시 문화가 바라고 그 당시 체제가 그렇게 강요한 것이다.

뮤지컬 ‘정순왕후’는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를 알리고 그와 단종의 애틋한 사랑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왕 역사의 그늘 속에 있었던 정순왕후의 삶을 다룰 바에는 그의 기구한 삶을 부각하고, 남성들의 권력 다툼에 희생이 된 소수자로서의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희생해서 누군가, 어느 집단이 번성한다면 그 희생은 가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희생은 강요되어서도 안되고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순왕후의 희생과 같은 부조리한 희생은 문명사회라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인류가 권력의 맛을 안 이래로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희생시킨 서러운 인생이 어찌 정순왕후 뿐이겠나! 문학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지 않는가? 그저 한 예술작품이  주는 자극을 오롯이 받고  한 번 우리네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많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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