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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Dec 15. 2023

당당한 그의 뒤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읽고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세계를 엿보는 것은 낯선 이국땅의 풍광만큼 흥미롭다. 어쩌면 사람 구경은 지구의 한 켠을 구경하는 것보다 더 신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소우주라고 하니까 말이다.


이슬아 작가도 나의 사람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 글쟁이로 먹고살기 위해 매일매일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배달하고 500원이라는 구독료를 받는다는 한 야무진 작가 초년생이 무척 궁금하던 차에 독립출판에 이어 정규 출판사에서 그의 책(‘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2019년 일이다.)


이슬아 작가의 세계는 내게는 구경거리 가득 찬 신세계였다. 이슬아 작가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잡지사 기자, 글쓰기 강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누드모델 아르바이트를 한다. 누드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시급이 아주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집에서 독립한 큰 이유가 남자친구 때문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그의 독립심과 씩씩함의 토양은 그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머니와 남다른 유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작가의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어떤 모녀가 함께 자라도록 도운 풍경을 묘사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어머니를 복희라 부른다.)


작가의 어머니는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가게에 온 손님들은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 상대를 아주 잘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딸의 운동회 날 하이웨이스트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고 와서 학부모 달리기에 당당히 참여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이런 어머니이기에 초등학생인 딸을 힙합학원에 보내고, 딸이 아버지와 맞담배를 피워도 참아주고, 누드모델을 하겠다는 딸을 위해 그의 구제옷 가게에서 가장 좋은 코트를 가져다준다.


어머니는 가난해서 자신의 꿈을 좇지 못하고(국문과를 합격하고도 진학하지 못했다), 결혼해서 시부모 시동생 부부와 함께 살기도 하고,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 하는 고달픈 삶을 살아왔지만(그래서 딸은 유능해져서 어머니에게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어머니의 정신세계는 코 고달프거나 가난하지 않았다. 풍성한 그의 정신세계는 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딸에게 사랑과 우정을 주고 자신의 자유로운 정신을 물려주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의 품에서 자란 딸은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씩씩하고 독창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당당한 이슬아 작가 뒤에는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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