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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Dec 19. 2023

자녀에게 좋은 삶을 선물하려면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를 읽고


문과 출신인 아들이 취업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쟁이 심한지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아들을 더 잘 키웠더라면, 내가 지혜로운 부모였더라면 지금 아들이 덜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다시 자녀를 키우라고 하면 나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와 스포츠를 즐기기, 사람들과 어울려 잘 놀기를 강조하며 키울 것 같다. 공부는 안 해도 좋고 성적은 밑바닥이라도 좋다. 많이 놀고 많이 경험한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지 잘 파악할 것이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확신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다.


내 생각이 그저 이상주의적이라고 치부하지 않기를 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집을 크게 지어도 끄떡없지 않은가?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 기초를 잘 닦아야 한다. 몸 쓰는 일을 많이 해보고 또래들과 부딪치며 몸과 마음이 땀으로 흠뻑 젖어 봐야 한다. 인공지능과 맞서야 할 미래를 위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생각은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를 읽고 더욱 확실해 졌다.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창안한 발도르프 교육은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그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은 내면에 세 가지 근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적, 정서적, 육체적 활동을 해나가도록 추진하는 힘이다. 그래서 발도르프 교육의 키워드를 “머리, 가슴, 손”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책은 일관되게 이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


발도르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세 가지를 고루 발달시키는 데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한다. 그래서 발도르프 학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작은 학교를 지향하며 1학년부터 8학년까지 계속해서 같은 선생님이 맡아서 가르친다.


8년 동안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절대 제 연령대를 넘어서서 배우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령에 맞는 것을 배우면서 천천히 영글어가게 한다. “가슴”에 양분이 되어 결국 “머리”의 윤활유가 되는 예술교육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놀이를 아주 강조한다. 하지만 놀기만 하지 않는다.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 유치원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빵을 굽고 비누나 버터를 만들고 손빨래도 한다. 이러한 삶의 가치는 부모들에게로 연장된다.


그런데 우리는 시류를 쫓다 보면 이러한 가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 사회를 끌고 가는 지나친 경쟁심에는 우리의 두려움이 깔려있다. 이 경쟁에서 지면 나는 불행 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른 생각 없이 경쟁에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 길만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길도 많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시 써야할 것이다.


자신만의 생각들로 무장하려면 부모인 우리도 배우고 노력하며 좋은 부모들로부터 늘 영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을 한 번 보자.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숙제도 잘 안 해오고 심지어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의 부모가 앞에 앉아있는 담임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다는 한숨 섞인 대답 끝에 눈을 반짝이며 “그렇긴 하지만, 그 애는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아이이지 않나요?”라고.


발도르프 학교도 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도 우리에게 많은 배울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아이들 안에 있는 좋은 점을 알아보고 학업만 가지고 아이들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지혜로운 부모. “머리, 가슴, 손”을 골고루 발달시키는데 주력하는 발도르프 교육을 지향하는 부모. 그런 부모가 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삶을 위한 자양분을 선물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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