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심장에 쏘아 되던 화살을 멈추다

매일 아침 단상과 그 기록

by 북마니

나 자신을 가장 싫어하던 시간이 있었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난 내가 너무 싫어, 난 내가 너무 싫어, 바보 멍청이”라는 말을 스스로 되뇌곤 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난 나를 싫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상황에서 나를 싫어하거나 탓해야 할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길 위에 깔린 철로를 벗어나면 움직일 수 없는 기차처럼 나를 싫어하는 것이 자동 반사 디폴트 값이었다. 차라리 싫어하는 대신 미워하면 더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싫어하는 것은 혐오에 준하는 감정이므로 자신과 가까이하기 싫은 것이고, 미워하는 것은 그래도 애정이 있으므로 자신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즈음,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는 책들과 말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라니.. 나는 나를 가장 싫어하는데….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나를 사랑해 보기로 하였다. “사랑해, 북만이(나의 필명)” “ 사랑한다 나 자신”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았지만, 내 마음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느끼하고 어색하고.. “그런 느끼한 소리 당장 그만둬”라고 말하면서 거부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러겠다. 나랑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난 세월 내내 주야장천, “난 네가 싫어, 네가 싫다!”라고 말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널 사랑해,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라고 말한다면, ‘이게 돌았나?’라고 생각하면서 거부할 것이다. 내 마음도 같았다. 내 마음도 여태껏 날 싫어하더니 갑자기? 왜? 너 미친 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거부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코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이었다. 생각을 버린다고? 생각을 어떻게 버리지? 생각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라는 호기심에 집어든 책은 새로운 내 인생의 첫 발자국과 같은 책이었다. 요지는 부정 적인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을 멈추라는 것이었다. 생각을 멈춘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꽊차버려서 어쩔 때는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 내었다. 여기저기 천 개의 생각실이 만 갈래로 엉키고 섞여있는 상태로 살아갈 때가 많았다. 문제는 생각 중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실천해 보기로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나오면 멈춰 버리자, 끊어버리자고 다짐하였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혐오하는 생각 이 녀석을 멈추어버리기로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자 “ 나는 내가 너무 싫어” 가 또 튀어나왔다. 과거에는 내가 너무 싫어를 되뇌었을 텐데, ‘아, 나를 싫어하는 생각이 또 나오는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나 싫어”를 멈추었다. 그러자 생각이 사라졌다. 그러나 금방 다시 돌아왔다. “나는 내가 싫어. 넌 바보야, 넌 멍청이” 가 또 돌아왔다. 실망스러웠지만, 멈추지 않았다 자기혐오의 생각이 들 때마다, 멈추었다. 그렇게 자기혐오가 들 때마다 멈추는 연습을 하였다. 약 그러자 놀랍게도 나를 혐오하는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몇 번이고 찾아오던 이 녀석이 발길을 줄이고 서서히 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를 싫어하는 생각이 멈추었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심장을 겨냥해 매일 몇 차례씩이나 화살을 쏘아 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나를 죽이는 길이다. 나는 나를 향해 쏘아 되던 활시위를 멈추었고, 그것은 자기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을 멈추자, 나를 향한 긍정적인 생각들이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나의 장점과 긍정적인 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더 나아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어색하지 않게 조금씩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를 따뜻하게 좋은 사람으로 대해주기 시작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어야 한다는 마태복음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내 안에는 이미 오랫동안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내가 변하고자 하여도, 좋은 것을 채워워 넣고 싶어도, 그 좋은 것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좋은 것을 담기 위해서는 먼저 새 부대가 되어야 한다. 나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멈추고 그 자리를 완전히 비워내야만 새 부대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비워진 마음에 새포도주가 담기면 그 포도주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숙성되어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의 새로운 술이 된다. 나 역시 그렇다. 매일 조금씩, 그렇게 게 성숙하고 숙성한 사람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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