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테 오고싶으면 언제 든지 와”
9살 딸과 영화를 보다가 윙윙대는 듯한 말투의 노랭이 미니언들을 견딜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내 방으로 가면서 딸에게 말했다. 딸은 더욱 시크하게 “그럴일이 뭐가 있겠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딸의 말이 이 건조하고 차갑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마는, 난 속으로 생각한다. ‘우리딸은 혼자서도 단단하게 설 수 있도록 자라고 있구나… 그래도 언제든지, 인생의 어느 어떤 순간에도 엄마에게 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렴’
나의 엄마는 언제나 나를 엄마곁에서 떨어뜨리려고 노력했다. 아마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속을 들어가보지 않은 이상 100퍼센트 확신할수 없지만, 엄마는 나를 귀찮아한다고 느끼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그 마음을 떨쳐 버릴수가 없었다.
엄마는 “으미 귀찮은그~~~ “ 라는 말을 버릇처럼 말했다. 내 부탁을 한번에 들어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럼 나는 조바심이 나서 엄마에게 또 말을 하고 부탁을 한다. 그렇게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엄마가 내가 부탁을 들어주기를 눈치보면서 숨죽여가면서 기다렸다. 엄마가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깜빡하는 건망증때문도 있었겠다고 엄마를 위한 부탁받지 않은 변명을 해본다. 말버릇 처럼 귀찮다고 하는 것도 어쩌면 그냥 하는 말이고 진심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번에는 나를 위한 변명을 한다.
사실 엄마는 만사가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나도 내 동생도, 아니 인생 전체가 다 괴롭고 귀찮았을 것지도 모른다. 아빠는 알코올 중독에 매일 소주병을 달고 살았다. 집안에는 퍼지는 그 퀴퀴하고도 들큰한 소주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선명하다. 아빠는 술을 마시고 입으로 깨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다. 몇주전에 이혼숙려에서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주사남편을 방영하였는데, 그가 하는 행동이 나의 아빠란 사람이 하는 행동과 싱크로율 100프로 아니 120프로여서 깜짝놀람과 어이없음으로 헛 웃음이 나왔다. 밤새 잠을 자지 않고 가족 모두를 괴롭히던 아빠. 어쨌든 엄마는 마누라라는 역할을 맡았으므로 더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20대의 중반부터인가부터 시작된 주사받이 역할은 30년이 넘게도 계속 되었으니 엄마가 제 정신으로 살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게 귀찮고 훌훌 털고 떠나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엄마가 살아온 날수보다 더 많이 했었을 것이다.
내 평생을 그렇게 엄마를 이해하고 살았다. 엄마가 차가운 것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도, 나에게 사랑을 줄 듯 말 듯 내 마음을 애태우는 것도,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엄마의 한탄과 감정, 아빠에 대한 욕과, 그의 가족에 대한 욕, 친구에 대한 속상함 그 모든 이야기를 나는 엄마의 심리 상담사가 된 것처럼 들어주면서 살았다. 그것이 엄마를 위하는 일이고 엄마에 대한 나의 사랑을 보여주는 확증하는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일 이었다. 그래도 언제나 엄마는 나를 외롭게 했다. 언제나 엄마의 마음과 엄마의 일이 더 중요했다. 나는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귀찮은 존재로만 느껴지면서 살아왔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불과3년 전이다. 우연히 눈에 띈 하나의 유튜브 영상덕분에 나의 인생은 바뀌었다. 많은 영상과 책을 보고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나는 나르시시트의 자석 (에코이시스트)라는 것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나르시시스트라는것, 내 주변에는 나르시시스트들이 드글거렸고, 하나를 끊으면 또 하나가 들러붙었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빠는 악성이었지만, 엄마는 악성까지는 아닌 자기애성이 성향이 강한편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나는 버려지지는 않았다. 대신 365일중 360일을 매일 그들의 싸움속에서 두려움속에서 살았다. 아빠는 나를 고아원에 처 넣어버리겟다고 했고, 엄마는 이놈의 집구석을 나가버리겠다고 했다. 매일 매일 그들은 나를 버렸고 나는 버려졌다. 불행중 다행으로 진짜로 날 고아원으로 처 넣지 않았다. 불행 중 또 다른 다행으로 엄마는 몇번이나 집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렇지만 그때 내 마음에 불안이 들어왔다. 언젠간 나는 버려질거야. 그렇게 내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누군가에게 버려질것이라는 두려움속에서 살았다.
내 딸아, 엄마는 언제나 어떤 순간에도 너를 보고 있을거야, 너를 절대로 홀로 두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