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0퍼센트의 삶

by 북마니

근 한달만에 간신히 글을 써보기로 작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독감에 걸려 많이 아팠고 신음소리 내는 것차 버거울 만큼 무기력했다.독감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호흡기에만 염증을 일으키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의 수준이 아니다.


독감바이러스는 전신에 염증을 일으킨다. 심지어 뇌에도 염증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발열과 호흡곤란, 기침과 통증이 사라졌다해도 몸에는 아직 쉬이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마치 전쟁으로 인해 모든것들이 부서지고 폐허가 되어버린것과 같다. 폐허가 되어버린 전쟁터에 땅을 파고 기초를 닦고 철근을 세워 건물들을 짓는 것 처럼, 내 몸은 염증반응으로 파괴되고 사라진 몸의 많은 구성부분을 다시 생성해내고 있어, 아직 독감에 걸리기 전의 완전한 에너지 수준으로 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30대 때 만 하더라도 독감에 걸렸다고 몇주씩이나 앓으며 폐인처럼 살지 않았다. 길어야 4~5일정도 앓고 나면 몸은 원래의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갔고 나는 내 삶에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또한 그때는 학교에서 바이러스를 받아서 나에게 운반 전달하는 딸 아이도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지금처럼 독감이나 감기에 자주 걸리지 않았다.


40대 줄에 접어 들면서 10에서 약간 모자란 9정도의 에너지로 하루를 살았던 평탄하던 내 몸이 코로나를 겪은 후 균형이 무너지고 쇠약해졌다. 감기나, 독감에 걸리게 되면 몸은 다시 코로나에 걸린 것 처럼 격렬하게 반응하였다. 40대 여성의 평범한 활력은 이제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내 몸의 밧데리가 약 20에서 30퍼센트정도까지만 충전되고 더 이상 충전이 되지 않았다.


하루를 시작할때 30퍼센트의 적은 양의 에너지로 시작하니 금새 방전이 되어버렸다.약 2~3주가 지나야 조금씩 밧데리의 양이 올라갔다. 넉넉히 한달도 더 지나고 나서야 밧데리가 겨우 풀 충전이되고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복귀할수 있다. 이번 독감에도 그랬다. 현재 나의 밧데리는 여전히 70% 언저리에 멈춰있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어김없이 머리가 안개속을 헤메는 것 같은 브레인 포그가 찾아 온다. 머리가 멍해지면 아무것에도 집중을 할수가 없다. 글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설거지 하나 끝마치기도 어렵다. 딸기우유나 주스, 꿀물로 급히 당을 보충하고 침대로 직행하여 쉬어야한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브레인 포그 증상이 조금은 괜찮아진다.


롱코비드 후유증 심각한 브레인 포그로 고생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그녀는 그 어느것에도 집중을 할수가 없다고 했다. 다니던 직장도 잠시 휴직을 하였고, 아프기전 간단하게 도와주던 아이들의 수학문제조차 풀수가 없다고 한탄을 하였다. 그 당시 나는 코비드에 걸리지 않았었기에,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조금도 이해를 할수 없었다. ‘하루밤 사이에 아이큐가 반토박이라도 나는 걸까? 라고 막연히 짐작만 할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은 후 나에게도 브레인 포그 증상이 나타났다. 그것을 직접 겪어보니 그녀의 한탄과 한숨의 깊이를 알것 같았다. 당시 그녀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브레인 포그로 인하여 삶을 지속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나는 한달이면 정상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다행인가.


더욱 실소가 터지는 것은, 글쓰기를 놓아버린 시간동안 에너지를 아끼려는 뇌는 자꾸만 글쓰기를 미루자고 속삭인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것 자체가 공포로 다가온다. ‘내가 어떻게 그동안 글을 썼지? 글을 다시 쓸수 있나.. 엉망진창인 글이 나오면 어쩌나’ 두려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어떻게라도 30분동안 앉아서 글을 써보기로 작정하고 타이핑을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글이 다시 나온다. 머리속을 떠돌던 생각의 파편들이 타이핑을 통해 하얀 바탕의 워드에 검은 한글자 들로 하나 둘 찍혀 나온다. 아직 두려움이 완전히 가신것은 아니나, 내가 그동안 마주했던 거대한 괴물과 같은 두려움에 비하면 글이 생각보다 쉽게 나온다는 것에 오묘한 신비감을 느낀다.


“나의 글쓰는 뇌야.. 아직 거기 잘 있구나.. 자꾸 회피하려고 했지만 했으나 그래도 작정하고 앉아서 쓰기 시작하니.. 글자들을 뽑아내주는 주니 .고맙다.. 우리 다시 잘 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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