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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Jan 24. 2023

심리학을 전공한 공무원이 직장생활에서 얻고 싶은 것

좋은 인간관계

저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제 직업인 공무원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그래도 저는 심리학과에 간 것을 참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심리학과에서 뭘 배웠어?"라고 물으면 콕 집어서 몇 개를 대답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이십대 초반 시절 배운 심리학이 제 가치관 전반에 스며들어서 좀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같아요.


최근에 회사의 친한 후배와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중 참 기억에 오래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후배가 말하길, 자신은 인생에서 '성취감'이라는 가치가 참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학생 때 공부를 할 때도, 지금 일을 할 때도 성취감을 느끼면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후배는 참 일도 열심히 하고 일 외의 생활도 열심히 꾸려 나가는 친구입니다.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나는 과연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이런 '가치'에 대한 대화를 한 게 오랜만이라 이 시간이 참 소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계속, 나에게는 무슨 가치가 중요한가 생각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인간관계'가 참 중요한 사람이더라구요. 이런 생각은 심리학을 공부해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그렇게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일단은 타고나길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웠고, 제 공부, 제 성취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인간관계는 항상 후순위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에서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최인철 교수님의 '현대사회와 심리' 교양 수업을 듣고 재미있어서 심리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나중에는 교수님의 외부 강연과 사회심리학 수업도 들었어요. 저서와 유튜브 강연에서도 반복해서 말씀하시지만, 항상 '행복은 인간관계 안에 있다'라는 점을 각종 실험,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강조하십니다. 최인철 교수님뿐만이 아니죠. 행복을 연구하는 모든 심리학 석학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행복은 좋은 관계가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주제에 관한 좋은 강연이 TED에도 있더라구요. Robert Waldinger: What makes a good life? Lessons from the longest study on happiness | TED - YouTube)


사실이 그렇더라구요. 제가 언제 가장 행복했느냐를 생각해 보니, 어떤 성취를 이루었던 때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 행복했었던 순간도 시험을 잘 봤을 때가 아니라, 친구들과 몰래 점심시간에 나가서 떡볶이를 먹던 기억처럼,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이더라구요.

어느 순간부턴가 저는 항상 '지금 내가 내 환경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제가 일을 할 때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진 않습니다(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많은 심리학 책에서 이야기하죠). 다만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일이야 즐거울 때도, 즐겁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항상 조금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합니다. 보다 많은 돈, 명예, 또는 일 자체에 대한 성취감, 또는 공무원이라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일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것보단 지금 일하는 곳의 사람들이 좋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서입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단점도 많지만, 제가 속한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제 직업을 좋아하게 해 주는 요소인 것 같아요. 만약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그들과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때 이직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말라는 글이나 동영상도 많이 보았습니다. 사실 인간관계가 꼭 제 뜻대로만 풀리는 게 아니라서, 인간관계에 몰두하는 게 위험한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저는 이전보다 행복해졌다고 느끼고, 이런 삶의 태도를 갖게 해 준 심리학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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