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My Guest - 돼라, 내 손님이

관극 후기

by 무소의 뿔

연극 <돼라 내 손님이>는 영화 촬영 현장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존재들을 조명한다.


그들은 공동체에 속한 것도 아니고, 속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모호하게, 반투명하게 존재한다. 공동체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지만 아무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소외된 존재들이 가지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 속한 것도, 속하지 않은 것도 아닌 소수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변방 연극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먼저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삼아 공연을 진행한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과 직접적으로 경험되는 것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볼 수도, 직접 촬영이 이뤄지는 곳으로 가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스크린에 비치는 모습과 눈앞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의 차이는 꽤 크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사회적 이슈나 뉴스들을 언론 또는 SNS라는 필터를 거쳐서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사실이 왜곡되고, 삭제되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 촬영 현장이라는 설정, 스크린을 통한 송출과 실제 공연을 병치한 설정은 소외된 소수들, 부유하는 존재들의 목소리가 렌즈라는 필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휘발되고 왜곡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영화 촬영 현장이라는 형식과 더불어 가장 특이하고 흥미로웠던 점은 관객들을 관찰자, 불청객, 단역의 세 가지 역할로 분류한 것이다. 먼저 내가 맡았던 단역은 특정 공동체의 일원이다. 즉 어딘가에 속한 채 권력과 힘을 가진 다수의 입장인 셈이다. 단역이 등장하는 세 개의 씬에서 단역은 배우들에게 기다리라는 모호한 답변만을 내놓는다. 난민이나 이주민에서부터 다문화, 인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펼쳐진 불평등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음으로 불청객은 이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 즉 ‘부유하는 존재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역할이다. 불청객.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들은 아무 제한 없이 촬영장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다. 카메라에 걸리든, 걸리지 않든 상관없다. 그리고 다른 관객들과 배우들은 그 불청객들을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한다. 분명 우리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관찰자는 우리 대다수가 속하는 역할이다. 관찰자들은 불청객처럼 카메라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항상 그 밖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어찌 보면 가장 수동적인 역할인 셈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그렇듯,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니라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저 수많은 이슈 중 하나로 치부한 채 잊어버리기 일쑤다. 한 발짝 떨어져서 무심하게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현대 사회를 그 작은 건물 안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극은 극장에서 올려야 한다는 내 생각에 조금 금이 가게 한 공연이었다. 극장이 아니어도, 무대가 아니어도, 또 공연의 형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내가 전하고 싶은 바를 전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보니 공연마다 각각의 배역을 받은 관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공연이 주는 감각이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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