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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선씨 Aug 04. 2021

나의 두 번째 출산 기억

자연주의 출산 : 나의 가정 출산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병원에 갔더니 예정일이 6월 30일이라고 하며 임신확인서를 발급해줬다.

그리고 3주 정도 뒤에 다시 방문하면 산모 카드를 써주겠다고 해서 갔더니 초음파를 보며 예정일을 7월 2일로 해두고 둘째 경산이니 6월 중순쯤에 아기가 나올 거라며 잘 크고 있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의사 말을 잘 믿은 나,,,!


예정일을 앞두고 6월 초부터는 하던 일들을 멈추고 아기 맞이 집안 정리와 마음 가짐을 다졌다. 그런데

예정일을 다가와도 파도는 나올 예정이 없었다.

(파도 : 둘째 태명, 큰 파도가 넘쳐 내가 파도를 타고 가는 꿈을 꾸었던 터라 태명으로 지정)


왜 안 나오는 거지,,,?


이슬이든, 양수 터짐이든, 자연진통이든 첫째 때 경험하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경험하고 싶었다. 두 가지의 예정일을 다 지나고 더하여 한주가 더 지나가며 초조함과 두려움이 마음에 남아있었다. 계속 잠 못 드는 밤 땀과 몸의 무거움을 안고 뒤척이는 나날,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과 연락들에 눈물도 핑 돌기도 했다. 누구나 41주 6일 차까지 정상분만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왜 유도분만을 안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추천해주었다. 친절히!

오래 알고 지내고 있는 한의원에 전화해서 걱정이 든다며 마음의 무거움을 전했더니 원장님께서 대뜸 하는 말이 “ 축하합니다. 아주 똑똑한 아이가 나올 겁니다. 걱정 마시고 편안히 기다립시오.” 이러는 거 아닌가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고마워서


그렇지만, 2일 더 기다리는 동안 쪼르륵 양수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는 분비물 때문에 다시 병원을 갔더니 양수가 새고 있지만 양수 양은 충분하고 유도분만 촉진제를 조금 아주 조금만 맞아도 금방 순산할 거라며 입원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진통이 오면 오겠다. 하고 돌아서서 나왔는데 그날 밤도 이슬 비슷한 것들이 나왔지만 진통은 오지 않았고, 하루 더 지난 토요일 새벽, 그냥 아침이 되면 병원으로 가자 마음먹고 밤새 일본 영화 ‘안경’과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한 날’ 보며 아침을 맞이했다.  영화 속에 팥고물 냄비 앞에서

“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거야.” 대사를 마음에 새기며 그래, 그러자 했다. 그리고 이제 병원으로 찬찬히 가보자, 이 정도면 잘했다. 9시까지 가야지 하는데, 아팠다.


아, 팠, 다,,,!


맞나 싶으면서도 조산원에 연락해두고는 화장실을 다녀오려는데 이건, 진짜 첫째를 낳을 때 촉진제 무통 받고 느꼈던 아픔 그 아픔이 생각이 났다. 그 아픔이다. 정말 ,,,!

_


여기서 다시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게 된

이야기를 기억해둬야겠다.


자연분만이나 자연주의 출산이나 무슨 차이가 있냐 하는 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거 같아 기록하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후자의 출산법을 준비하게 되었던 큰 이유는 “ 출산(분만)은 병이 아니다.” 그걸 알고 싶었다.


그걸 나 스스로 깨닫고 싶었다. 몸의 큰 변화를 확인해주고 도와주는 의료진의 도움과 나 스스로의 노력을 더해 출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다.!

여자의 몸이어서 가능했던 임신 그리고 10달의 기간 동안 신비스럽게 자라나고 때가 차면 나오려는 자출의 힘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자연주의 출산 후기들을 살펴보며 조산원과 만나고 때를 기다렸다.


-

한 번에 하나씩 진행되면 좋으련만

갑자기 팍 아프던 고통은 10분 조금 넘은 시간 간격으로 다시 또 팍! 조산원에 연락해서 오시길 부탁드리고 침대 이불을 꽉 붙잡고 끙끙 앓기 시작했다.

첫째는 나의 모습이 신경이 쓰이는지 두려운지 아빠 보고 자꾸 같이 놀자고 하고 떼쓰기 시작하는데 잠에서 깨자마자 나의 모습에 정신이 어질어질했던 신랑은 첫 째에게 티브이를 틀어주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산원과 통화하며 준비를 하려 했는데 첫째가 놓아주지를 않았고, 나는 침대에 누워 출산을 늦추기 위해 숨을 밖으로 내쉬며 진통을 참았다. 계속 숨을 밖으로 내쉬면서 아찔 한 상황을 안 만들기 위해서 조산원 원장님과 연락을 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몸을 준비시켰다.


마침 도착한 조산원 원장님과 둘라 선생님

세팅을 완료하고 호흡을 맞춰가며 수축이 올 때마다 출산에 집중을 하였다. 아이가 나오는 걸까 아닌가 생각보다 원장님의 진행 가이드 목소리에 집중하고 곧 끝날 거라는 희망을 안고 드디어 출산에 왔다는 게 감격스럽고 아픔은 정말 크다는 두려움까지 안는 여러 복잡한 마음이 오고 갔다.


그중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때 원장님이 그랬다. 웃어보라고

힘주지 말고 힘 빼며 웃어보라고

그때 정말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웃어요?

근데 웃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뭉클한 웃음이 히히히히히크크크 웃겨서 실없이 웃었는데

그때 만출 단계가 진행되었다. 아기가 나와서

배위로 묵직하게 올라와서 울었다. 무거웠다.

그렇게, 무겁고 따뜻한 힘이 내 배위로 올라왔다.

방에 들어온 첫째와 아빠는 아기의 모습에 웃음을 안고 반가워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후 태반이 나올 때도 고통이 없었다.

태반이 자궁과 잘 분리되어 자연히 나올 수 있도록 마사지를 받으며 자연히 배출되어 나온 태반,

아기의 배꼽 연결된 영양분의 집 태반을 달고 아기는 나의 젖을 물고 열심히 먹었다.


이 모든 게 2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일들이다.

-


자연주의 출산을 통해 모든 생명에겐 그들만의 고유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자신만의 고유의 힘, 창조주의 신비를 품은 존재의 힘을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는 출산의 시간

그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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