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노예였다

40권 책 리뷰 도전기 01 - <아Q정전>

by 코르테오

2026년 1월 1일, 새벽 4시에 나는 고성의 한 해수욕장 근처에 차를 대고 책을 읽고 있었다. 장수가 그리 많지 않아 부담은 적었지만 내용에 감탄하며 일출을 기다렸다. 아직 해는 뜨지는 않았지만 완독을 하니 이 책이 알려주는 메시지가 가슴 깊이 와닿았다. <아Q정전>. 옛날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도 노예 같은 삶을 살지 않고 주도적인 사람이 되길 바라는 루쉰의 절절함이 느껴졌다. 나는 아Q 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그를 반면교사 삼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포부는 얼마 안 가 겉핥기였음이 드러났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5년 차인 나는 늘 즐거운 일들이 많아 행복했다. 하지만 불만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연차 대비 월급도 적었지만 무엇보다 월차를 내기 힘든 것이 문제였다. 소수 인원으로 움직이다 보니 한 명이 빠지면 그날 하루 회사를 닫아야 할 정도다. 그래서 회사의 사정을 나름 이해했다. 그래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다 같이 쉬는 걸 제안했다. 대표님도 동의하며 시작했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여러 변명을 했다. 회사가 어려워서, 설날과 추석 같은 연휴가 껴있어서 등등 문제를 회피했다. 스스로 마음을 꺾었다 생각했지만 삐져나오는 불만을 숨기기는 어려웠다. 특히 책방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에서 온전히 내 마음을 말해야 할 때 주저 없이 회사 문제를 토로했다. 그럴 때마다 용기 있게 고쳐봐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렇게 주저하며 살다가 선생님께서 비수를 꽂으셨다.


"OO 씨, 연봉협상 언제 해?"

순간 답을 할 수 없었다. 늘 잘 피해왔던 질문인데 왜 지금은 주춤거리는지 몰랐다. 나는 아직 자리도 못 앉아봤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OO 씨, 지금 하는 게 '아Q'랑 똑같은 거야."


반박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아Q같은 노예였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발가벗은 나라는 존재는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로봇이었다.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떵떵거렸지만 평가받기도 싫어했고, 입사가 되지 않으면 어떡해야 할지 걱정되어 두려움에 떠는 겁쟁이 었다. 온전히 나를 마주치고 나니 좌절감도 느꼈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어쩌면 지금이 회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정 내가 꿈꾸는 용기 있는 모습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마음은 졸였지만 먼저 대표님께 연봉협상 제안을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오래 함께한 회사와 결별을 하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종속되어 생활하던 내가 주체적으로 움직였다는 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정하고 싶지 않던 노예근성을 받아들였고, 그것을 처음 극복해 봤기 때문이다. '아Q'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했기에 앞으로의 나는 도전을 향한 불꽃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책의 내용을 남처럼 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읽어왔기에 잘난 체하며 삶을 살아왔음을 이제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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