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스가 난무한 나의 스마트폰은 오늘도 무선 충전 중이다. 유선 충전 단자가 망가지고, 고객센터에서도 부품이 없어 거절당해 고치지도 못한다. 주인을 잘못 만나 정상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운 라벤더 색을 가진 후면은 거미줄처럼 촘촘히 깨져 플라스틱 파편들이 군데군데 솟아나 있다. 전면도 몇 번 떨군 이후로는 불에 그을린 것처럼 검은 화면이 구석에서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바꿔야 하지만 핑계만 되며 어떻게든 써보려고 애쓰고 있다. 무선 충전을 떼면 죽는 스마트폰. 좀비나 다름없다. 제발 이제 나 좀 놓아달라는 핸드폰을 쉬이 내버려 두지 않는 나. 어쩌면 내가 핸드폰 같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몸이 안 좋아 기침을 여러 번 하지만 쉬질 않는다. 아픈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출근한다. 나를 대체를 하거나, 대신할 사람도 없고, 회사에 건의한 한 달에 한 번 쉬기도 지켜지지 않는다.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커서 스스로 포기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체력을 갉아가며 일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본 책방 사장님의 일침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몸이 안 좋으면 회사에 아파서 못 나온다고 하고 쉬세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일 원치 않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어서 부정하고 싶었다. 고장 난 핸드폰처럼 골골댈 땐 내 삶을 바꿔야 한다는 걸. 일에 끌려 나는 실존하지 못했다.
다음 주엔 핸드폰과 작별을 할 예정이다. 스스로 돌보지 못한 내 반성을 핸드폰 교체부터 시작하려 한다. 기능이 다할 땐 과감히 바꾸어 실존할 수 있도록 때 묻은 핸드폰과 연을 끊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