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온 것 같다. 아버지께 간섭받기 싫고, 방 안에 혼자 있고 싶다. 갑자기 방문 열고 청소기를 들이밀면 방을 벗어나 거실로 도망친다. 불편함을 표출하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아버지 행동이 불만스럽다. 나이 서른, 빨리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외로워지고 싶은 게 아닌 고독하게 있고 싶어졌다.
최근, 아버지가 지방으로 출장을 가셔서 집을 자주 비우시게 되었다. 넓은 집에 홀로 있지만 오히려 즐겁다. 내 마음대로 저녁을 보낼 수 있어서 퇴근이 기대됐다. 좁은 방에서 나와 넓은 거실과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일단 저녁 메뉴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든다. 아버지와 같이 먹으려면 주식인 밥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고, 서로 식습관이 반대여서 같이 먹는 게 좀 힘든 면이 있다. 혼자 저녁을 꾸리니 탄수화물이 많은 밥보다는 파스타를 쓰고, 냉동실에서 빛 볼 날을 기다리는 재료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본다. 과정이 즐거운 식사 시간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노트북을 켠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한다. 방 안에서도 누가 감시하는 게 아닌데도 거실에서는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다. 공간적 답답함이 머리를 맑게 못 하지 않는지 추측해 본다. 즐겁게 글을 쓰고 나면 로파이 음악을 틀며 책을 읽는다. 하루 마무리가 독서라니. 고독함도 이런 고독함이면 계속 누리고 싶다.
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고독함은 마무리가 된다. 언제 또 이 시간이 올지 손꼽아 기다려진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기보다는 주체적인 삶이 더 선호돼서다. 내가 주도하는 삶. 자발적 고독을 하고 싶어진다.
외롭고 쓸쓸함은 자발적 선택으로 변화되는 감정들이다. 세상으로부터 홀로 떨어져 있는 상황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시간이다. 고독감과 고독함. 이 둘은 서로 다른 의미라고 생각된다. 나 자신의 고독함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나를 갈고닦거나,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을 노력해야 한다. 결국 홀로 있어 버릇하는 것도 경험이고, 고독함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