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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행

by 코르테오

최근에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는 후천적으로 중증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장애를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애가 있는 작가는 오히려 삶을 더 명랑하게 살아간다. 비장애인인 내가 봐도 더 명징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책의 내용 중 대만으로 해외여행을 간 에피소드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시각장애인의 가이드와 함께한 여행 이야기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했지만, 앞이 안 보이는 작가를 친절히 대한 가이드에게 더 몰입됐었다. 그 이유는 나 또한 장애인과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에버랜드로 체험학습을 나가게 되었다. 당시 나는 같이 다닐 친구를 찾던 중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나보고 무리에 못 드는 애들과 같이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받아들였다. 무리 못 든 친구들이 장애를 가졌었기 때문이다.


두 친구 모두 지적 장애를 가졌다. 꾸미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은 버팀목이 없었다.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버거워하는 느낌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직접 인솔을 하기 힘드셨는지 몇몇 학생들에게 얘기하다 내게 온 것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그들과 체험학습 조를 짰다.


당일, 친구들은 잘 따라와 줬지만 나는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길 바랐었다. 아무리 봉사하는 마음으로 같이 해도 어려움이 부닥칠 땐 짜증을 드러냈었다. 잠시 휴식 공간에서 우리 반 친구들을 만났다. 장시간 함께 해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려는 찰나 입이 차마 떼지 질 않았다. 이날이 아직도 기억하는 건 그들의 시선과 행동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은 안도감, 불쌍하다는 동정의 눈빛, 괜히 같이하고 싶지 않다는 불편한 말투가 절절히 느껴졌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날의 불편한 동행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작가님은 자신들을 이해해 주고, 그 어떤 부자연스러움 없이 대하는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마쳤다. 그런 가이드의 모습을 보니 나 자신이 참 못났다고 생각된다. 그들에게 격의 없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을 보여줬다면 조금의 후회라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 앞에서 내가 떳떳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편견을 넘어 자연스러운 동행이 가능한 성인으로서 성장하길 바란다. 과거와 현재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아직 바뀌지 않았음을 몸소 겪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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