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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며 살 것이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by 코르테오

“요즘 삶이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제작실 팀장님이 인쇄실로 들어오며 하는 말이다. 들을 때마다 불쾌한 한탄이다. 일 년에 한 번이면 족하지만, 한 주의 한 번씩 들으면 같이 일하기 싫어진다. 처음 들었을 땐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아서 관뒀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 재미가 없으면 본인이 그런 재미를 찾아가야 하지 않나?'


본인이 노력하지 않고, 무료하게 보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옳지 않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 또한 그런 상념에 사로잡혀 마음고생을 한 기억이 있다.


회사에 다닌 지 1년 차, 나는 좀 더 성장하고 싶었다. 서행구간을 다니면서 아직 내겐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하루를 더 쪼개서라도 발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5시부터 운동을 나가고, 아침을 먹고 책 읽고 출근, 퇴근 후 자기 전까지 한 시간마다 다른 분야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즐거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루틴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 사소한 상황 하나하나가 내 의욕을 잃게 했고, 나 자신을 비난하게 되었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이 생각했다. 침울해 있던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고민했다. 옆에서 날 보던 선생님을 간단한 답을 주셨다.


“스스로 삶을 옭아매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세요. OO 씨.”


눈이 확 뜨는 느낌이었다. 좋아 보이는 것에 좇아 무엇이 중요한지를 잊고 살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눈이 떠진 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다. 더 이상 삶은 재미의 대상도 발전의 대상도 아니었다. 주어진 시간 자체를 내가 감사하며 살면 되는 것이었다. 삶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니 예상치 않은 일들에 일희일비하게 않게 되었다. 일이 적어도 일이 많아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삶을 살 수 있음에 겪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오래 걸렸다. 기본이 아닌 그 외의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 책을 많이 읽겠다, 새벽마다 러닝을 뛰겠다, 재미를 찾아 돌아다니겠다는 등 중심에서 벗어나 내 기분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삶에 대해 정확히 본 이후로 지금에 집중한다. 감사하며 사는 삶.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삶이 재미없다며 한탄만 늘어놓기보다는 이런 삶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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