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글을 좀 쓴다고 생각했다. 주변인의 추천으로 시작했던 블로그를 2 년 만에 수익화 신청이 됐고, 여행 리뷰글 하나가 포털 사이트 한 꼬집을 장식하며 많은 구독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글 쓴 거에 대한 보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 글쓰기 방향성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대중들이 많이 보는 거면 내가 글을 잘 쓰고 있다는 뜻이고, 계속해서 꾸준하게 글을 올리면 되면 알아서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에세이라는 글쓰기에서 무너졌다. 처음에는 쉽다고 느껴졌다. 지금 느끼는 내 감정을 빠르게 풀어냈다. 하지만 계속 읽어볼수록 비문도 많았고, 내가 뭘 얘기하고 싶은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몇몇 부분 칭찬을 받기는 했지만, 문제의식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에세이는 참 어려웠다. 진정한 내 모습을 마주 보기가 힘들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진정성 없이 글쓰기를 하니 글쓰기 수업이 오는 게 더 두려워졌다.
꾸역꾸역 글쓰기 수업을 듣던 중, 에세이집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호기롭게 참여하게 되었다. 자신감은 없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글쓰기 실력을 크게 늘려볼 생각이었다. 나름대로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좋지가 않았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막막했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블로그를 다시 들여다봤다. 전성기 시절의 글을 통해 내가 뭐가 좋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글 하나하나 볼수록 내가 얼마나 글을 못 썼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글을 잘 썼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그 현실을 마주하니 하늘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써왔는지 아무런 목적성이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글을 써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철부지 같은 행동을 반복해 왔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좋아하는 것만 넘쳐나는 내 블로그가 얼마나 재미없고, 진정성이 없는지 깨달았다. 그날 이후, 블로그에 글 쓰는 행위를 멈췄다. 그리고 시작했다. 온전히 나를 마주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 수업을 받은 지 5년이 지나간다. 예전보다는 글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수업받기 이전에 노트에 썼던 에세이와 블로그 글을 보면 손으로 눈을 가리고 마른세수 질을 하게 된다. 얼마나 창피한지 앓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다. 하지만 그런 어리숙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내 글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느껴진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나를 마주하며 글쓰기. 그런 태도가 재미없던 내 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