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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쪼잔해져 버려

나만의 방

by 코르테오

태국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였다. 여행하며 쓰는 여가비를 내 돈으로 냈었는데, 다른 곳으로 넘어가기 전에 잔액이 떨어져 버렸다. 물론 월급이 당일에 들어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불만을 점심 먹고 나서 아빠 앞에서 토로하니 갑자기 화를 내시더니 집에 가시겠다고 하셨다. 너무 놀란 나머지 설득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사정해서야 일은 일단락이 났다. 해외에서 현지인들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을 당하니 쪽팔렸다. 그날 이후로, 돈에 쪼잔해지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나는 전혀 그러질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다. 물건을 사거나, 어떤 목표를 향해 투자할 때 돈은 필수 요소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 호기심 해결같이 나를 위한 투자가 많다. 물론 타인을 위해서 만들거나, 나누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내 잔액 한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가족이나 남이 내 재산에 뭔가 관여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되는 것이 끔찍하다.


이기적인 나. 나는 왜 그렇게 내 소유에 집착할까? 상의도 없이 생일 선물을 넘긴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다. 30살이 넘어도 기억나는 그날은 부모님에 대한 내 불신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다. 돈을 빌리고 돈을 못 받은 사례도 많았었다. 지금이야 돈을 아예 빌려주질 않거나, 아니면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주고 끝내지만, 어린 나는 돈을 갚지 않는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더 돈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돈 앞에 절절매게 되었다.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나름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나만의 작은 비밀 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최근에도 이 방을 놓지를 못해서 남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절약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나는 나만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런 구린내 나는 성격을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당연하게도 솔직해지기 위해서다. 그리고 마주치기 싫은 내 모습을 남기고 싶다. 나는 이런 사람인 걸 잊지 않기 위해 나만의 비밀의 방을 노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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