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다정함
인쇄 과정의 마무리는 출력된 인쇄물을 받아주는 것까지지만 프린트 매니저로서 내 업무는 끝이 아니다. 액자로 만들기 위해 작업실로 넘겨주거나, 택배로 보내기 위해서 포장까지 해야 일이 마무리된다. 힘들게 작업을 다 하고 포장하는 게 귀찮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인쇄물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서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일어서야 한다.
가끔은 택배 송장만 부쳐서 보내는 게 몸과 마음이 편할 때가 많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내가 직접 갖다 주는 배송 업무를 하지 못해서다. 물론 그런 서비스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만나기 싫어할 수도 있고, 일면식도 없는 프린트 매니저와 고객과 만나는 일만큼 어색한 시간도 없다. 하지만 프린트 매니저로서 작가가 뽑은 작품을 가성비라는 효율 속에 이리저리 다른 택배와 부딪혀서 가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직접 가져다줄 수 기회가 생기면 내가 발 벗고 나서는 편이다.
처음에는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자청해서 간 거였지만 인사를 어떻게 할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 나갈지, 어느 타이밍에 빠져야 할지 신경 쓸 요소들이 쓸데없이 늘어만 갔다. 대표님께서는 그냥 물건 건네는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다녀오라고 해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 막상 고객을 만나러 가니 정말 기쁜 모습으로 맞이해 주셔서 내가 더 감사함을 느꼈다. 단순한 배달이었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물건이 이렇게 성심껏 배달된 것에 고마움이 물씬 풍겼다. 세상이 비대면으로 흘러가지만, 대면의 주는 가치는 여전함을 느꼈다.
최근에 직접 만나러 간 기억은 사진 전시회 엽서를 드리러 간 때였다. 이태원에 들릴 일이 있어서 그곳을 가기 전에 작가님을 뵈러 갔다. 당시에 엽서 인쇄를 처음 하던 때라 정성껏 인쇄, 재단, 포장을 도맡아서 심혈을 기울였다. 처음 내보는 상품이라서 직접 배달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좋은 인상도 남기고 싶었다. 다행히 작가님은 마음에 들어 하셨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서 작가님의 작품과 전시에 대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배달이 아닌 제작에 참여한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다행히 나의 진심을 작가님은 알아주셨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작가님과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약간의 발걸음을 할 뿐이지만 다정함은 크게 다가온다. 직접 와서 대면한다는 것이 많은 걸 내포하는 걸 서로가 알기 때문이다. 그런 유대를 위해서라도 나는 나의 다정함을 아낄 생각이 없다. 필요로 만났지만, 그 너머의 관계를 위해 그런 친절함과 배려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