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가려운 듯 잔디 위를 뒹군다. 할머니는 이런 고양이를 바라보다 ‘내도 안다! 나비야 이리 오너라 할미가 긁어주마…’. 등을 슬슬 긁어주자 고양이는 엉덩이를 곧추세우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할머니는 나를 수시로 불렀다. 적삼을 훌떡 걷어 올려 쭈글쭈글 축 늘어진 젖가슴이 배꼽에 닿을 때까지 허리를 숙여 등을 내어주고는 긁어달라 했다. 귀찮다고 짜증을 내면 조청으로 버무린 콩 과자나 구운 가래떡 한 토막을 주며 달랬다. 긁는 동안에도 할머니 요구사항은 계속됐다.
“위로, 아니 이쪽으로 쪼끔 더, 아니-아니- 밑으로”
어딘지 종잡을 수 없어 이쪽저쪽 위치를 바꿨다. 결국, 양 날개 죽지 사이 한 뼘 넓이를 맴도는 과정이다. 그럴 때마다 ‘아이고 시원해라 우리 손주 효자손이 최고네’ 하시며 좋아했었다.
내가 서울로 떠나자 할머니는 등 긁어줄 사람도 말동무해 줄 손주가 없다며 서운해했다. 할머니는 손주 효자손을 대신할 등긁개를 만들었다. 씨알이 굵고, 잘 여문 옥수수를 골라 겉껍질 벗겨 머리 땋듯 쌍으로 묶었다. 사랑채 바람 잘 드는 추녀 밑에 간짓대로 만든 홰에 나란히 걸쳤다. 대엿새 걸쳐놓아 딱딱하게 건조된 옥수수를 누룽지 긁개 수저로 쓱쓱 밀어 알곡을 털어낸다. 털린 알곡은 항아리에 넣어 종자용으로 광에 보관했다. 알곡을 떨어낸 속대 중에서 적당한 크기를 골라 속껍질이 단단하고 거친 것을 선택했다. 서너 뼘 길이로 잘라놓은 신우대를 옥수수 속대 가운데에 깊숙이 박아 등긁개를 만들었다. 할머니는 흐뭇한 표정으로 적삼 고대 동정 안으로 옥수수 속대를 등솔 따라 밀어 넣고는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며 시원한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옥수수 속대는 꺼칠꺼칠해도 피부를 상하지 않을 정도고, 가려운데 긁으면 손주 효자손 못지않다며 옆에 끼고 사셨다. 등긁개로 가려움을 해결하면서도 할머니는 삼신할미를 원망했다. 팔 길이를 한 뼘만 길게 만들었어도 등 가려울 때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으련만…. 아쉬움을 토로했다.
방학이 되어 할머니를 뵈러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불렀다. 또 등을 내어주며 긁어 달라 했다. 귀찮다며 옥수수 속대 등긁개가 있는데 왜 부르냐고 하면 그건 시원하지 않단다. 세상에서 제일 시원한 건 손주 손이라며 시킨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두 팔로 몸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는데 딱 이곳만 손이 안 닿는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퉁명스럽게 ‘내가 어떻게 알어-유- 덜 자랐쓰니께 짧지유-’
긁어 줄 때마다 반복되는 할미 잔소리는 다 외우고도 남았다. 할머니는 지칠 줄 모르고 또 반복한다. ‘삼신할미는 일부러 부족함을 준거여, 서로 도우며 살라고 팔을 조금 짧게 만든 겨- 모든 인간이 부족한 거 없이 완전하고 풍족해 봐. 서로 잘났다고 쌈질하고 대장 노릇 서로 하겠다고 난리 치지. 팔이 안 닿은 곳이 있는 이유여-’
다이○에 들렀다. 실리콘으로 만든 날렵하게 만든 효자손이 있다. 할머니 사다 드리면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셨을 텐데…! 할머니 등이 그립다. 천 원을 주고 등긁개 하나를 샀다. 내가 쓰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