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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비 Jan 14. 2023

설레임의 색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꽃다발에게 인사한다. 

나 잘 다녀왔어. 꽃도 잘 있었다고 대답하며 조금씩 벌어진 꽃봉오리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반나절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내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볼에 생기가 가득 돈 채 베시시-웃는 모습이. 조만간 활짝 피울 준비를 한 채 그동안 보여주지 않던 꽃잎을 펼쳐 보이는 그 설레임이. 무언가를 향한 설레임은 주황색 장미처럼 진하다. 보여주는 색도 남기는 향기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가라앉힌다. 웃음이 세어나오고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움이 꽃처럼 터지며 머릿속은 이미 그와 함께 있다. 

보고싶다

머릿 속에 맴도는 말이 입으로도 터져나온다. 보고싶어.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 장난꾸러기 같은 순진한 얼굴을 한 채 목청 높여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듣고싶다. 어스레한 상처가 자리잡은 오동통한 손가락을 꼭 쥔 채 입을 맞추고 싶다. 그러면 그는 부끄러움의 표정을 할까 상기된 표정을 할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해서 더 보고 싶은 사람. 그 아른거리는 얼굴이 이미 나를 마주한 채 서있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그럼 그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다가올 것만 같다.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지? 어색하면 어쩌지? 괜스레 크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어본다. 

전화해도 돼요? 

내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해도 돼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봐도 돼요? 내가 당신을 좋아해도 돼요? 

꾹꾹 눌러 담은채 반가운 안부를 나눈다. 소리 내어 킥킥 웃는다. 시간이 흐른다. 선명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보고싶어

당신이 보고싶어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그새 조금 더 잎을 벌린 주황색 장미를 쳐다보며 미소 지을 수 밖에는 없다. 꽃 송이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던 그런 선명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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