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침 식탁에서 나눴던 대화이다. 내가 10년 전에 포스팅한 글이 떠올랐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당시 히트한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보고 <오마이뉴스>에 '가족주의의 망령'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주인공 황정민이 1.4후퇴 때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가족을 챙기라는 말을 듣고 평생 가족 뒷바라지로 헌신한 이야기다. 가족 기념 잔치에서 잠시 빠져 나온 황정민이 아버지 영정 사진을 바라보면서 독백을 한다. "아부지예, 내사 약속을 지켰구만요."
나는 이 영화를 개인보다는 가족을 우선하는 가족주의의 망령이라 보고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썼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같은 글을 페이스 북에도 올렸었는데 당시 인권 법학자 박모 교수 등 여러 사람들이 좋은 댓글로 토론해주었었다. 내가 이를 빗대면서 요즘은 SnS에서의 인간 관계가 예전보다 훨씬 더 나빠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저 글을 쓰던 당시에는 페친이 300여명 뿐이 되지 않았어. 그런데도 댓글이 저렇게 많이 달렸는데 요즘은 페친이 3천명 가까이 되고, 글도 매일같이 무수히 쓰는 데 전혀 댓글이 없어. 도대체 왜그래?"
"다들 바뻐서 그런가 보지."
"반드시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아. 내가 글을 쓰면 여러 단톡방에도 글을 옮겨 싣지만 단톡방은 더해. 하나 같이 소닭 보듯 해. 댓글은 커녕 읽었다는 내색도 전혀 안해. 그 글을 쓰는 사람도 있는데 댓글 다는 거나 읽었다는 표시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어?"
"다 사정이 있겠지. 그러는 당신은 왜 그런 글을 써?"
"글도 일종의 보시지. 공공을 위한 봉사야. 나처럼 그렇게 글을 올리는 사람이 없다면 sns가 얼마나 삭막해? 그런 곳에 좋은 글을 올리면 사막에 꽃이 피듯 얼마나 좋아?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불만이 적지 않아 보이네. 당신은 무언가 기대를 하고 글을 쓰나?"
"물론 기대하는 것은 없지. 그냥 내가 좋아서 올리는 것이지."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 왜 그런 말을 해."
"그래도 애써서 글을 올리는 데 섭섭하잖아. 벽에다 염불하는 느낌도 들고..."
"다 그게 '일씹문화' 탓이야."
"뭐라고? 일씹문화가 뭐야? 첨 들어보네."
"읽고 씹는 문화. ㅋㅋ"
그 말을 듣고 내가 배꼽을 쥐고 웃었다. 읽고 씹는 문화라. 가히 명언이다. 아내가 종종 이렇게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