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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이야기: 깜보를 산책시키고 운동시키기

by 이종철

깜보는 중간 정도의 크기에다가 빨리 달리는 편이다. 워낙 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지 않더라도 거실에서 혼자 운동을 많이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기술할 것이다. 아무튼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반드시 깜보를 데리고 산책을 가면서 야외 운동을 시켜야 한다. 대부분의 개가 그렇듯이 이렇게 나가는 시간을 아주 좋아한다. 개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에만 처 박혀 있다 보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내가 “깜보야, 나가자”고 하면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갑자기 엔돌핀이 솟으면서 거실을 껑충껑충 뛰어 다닌다. 깜보의 목줄을 채워서 근처의 공원으로 향하던지 아니면 차로 좀 먼 곳을 찾기도 한다. 나는 이런 장소를 여러 개 알아 놓고 돌아가면서 이용을 한다.

깜보가 비교적 덩치가 있고, 순발력이 워낙 좋아서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급적 피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아파트 뒷편에 있는 야산에 조성된 공원이다. 이곳 야산은 오르는 길이 그리 높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게다가 이곳에는 계단이 많아서 나나 깜보 모두 짧은 시간에 운동을 많이 할 수 있다. 나와 아내가 계단의 아래 쪽과 위쪽에서 부르면 깜보가 위 아래를 오르락 내리락 여러 번을 반복하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평지에서 뛰는 것과 달라 계단을 뛰는 것은 깜보에게도 상당히 운동이 된다. 깜보가 한 창 때는 이곳을 10여 차례 뛰어도 힘들어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부담을 느끼는지 힘들어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인간만이 아니라 개들도 노화되고 있음을 역력히 확인한다.

두번째로 아파트가 워낙 많이 발달된 한국은 아파트 주변 곳곳에 체육 시설을 겸비한 공원이 많다. 내가 사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도 우리가 자주 애용하던 공원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산밑이라 그런지 의외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아내와 나는 돗자리 하나 들고서 깜보랑 가끔씩 산책 겸해서 갔다. 이 공원의 얕은 언덕 위로 풀밭을 헤치고 올라가면 고개 마루가 형성된 곳이 있다. 이곳에서 아내와 내가 각각 양 끝자락에 위치한 상태에서 깜보를 부르면 깜보를 이곳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이곳에서 10여 차례 뛰다 보면 깜보도 지친 기색을 한다. 그럴 때 가지고 간 돗자리를 펴놓고 그곳에서 쉬기도 하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운동을 격렬하게 하고 난 후 단잠을 자는 맛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을 것이다. 작은 야산이지만 나무들이 많아서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가는 경우도 있어서 그곳에서 글을 읽거나 쓰곤 했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는 산책 겸 운동하는 장소는 행주 산성 밑의 한강 산책로이다. 이곳은 집에서 차로 10여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자주 이용을 하는 편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한강처럼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복이라 할 수 있다. 한강 변에는 곳곳에 산책로와 자전거 타는 길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곳들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고,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다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행주 대교 밑의 한강길을 이용하는 편이다. 이곳은 비교적 사람들이 적은 데다가 잡초들이 많고, 바로 한강이 흐르는 물가로도 내려갈 수 있어서 좋다. 늘 아파트의 좁은 공간에서 있다고 이곳에 나오면 깜보는 연신 킁킁 거리면서 풀냄새를 맡는다. 어떤 경우는 염소처럼 풀을 뜯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깜보가 마음대로 뛰어 놀기도 한다. 깜보도 이곳에서 진정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셈이다. 오래 전 티브에서 늘 목장에 갇혀 사육되던 젖소들을 초원에 풀어 놓았더니 좋아서 껑충껑충 뛰어노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동물들도 좁은 공간에 구속될 때의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이다.

우리가 찾는 산책 공원 중의 하나는 장흥면에 있는 기산 저수지이다. 이곳은 내가 사는 곳에서 15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데, 자연경관이 아주 아름답다. 요즘은 이 기산 저수지에 흔들 다리도 만들어지고 곳곳에 주차장과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어서 주말에는 넘치는 인파 때문에 접근이 힘들다. 하지만 아내와 내가 깜보를 데리고 기산 저수지로 산책을 갈 때는 넓은 저수지와 그 저수지를 에워싼 산책로만 있었다. 이곳에서 산책을 할 때는 그래도 사람들이 있어서 목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곳 저수지가 워낙 넓어서 사람들이 없는 곳곳에서 깜보를 운동시키곤 했다. 그리고 이 저수지를 막아 세운 곳에 아주 긴 직선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깜보를 운동시키는 데 아주 좋다. 길이 500여 미터 되는 곳에 풀도 많고 공기도 좋아서 이곳에서 막 뛸 때의 깜보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층계가 많아서 동작이 빠른 깜보가 운동하는 데도 최적이다. 깜보가 나중에 방광암에 걸려서 하혈을 많이 하다 보니 기저귀를 찼을 때다. 깜보를 데리고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평소 잘 뛰어 놀던 깜보가 간신히 걸음마만 떼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픈 적이 있다. 그것이 깜보와 보낸 마지막 산책이다.

좀 멀리 운동을 나갈 때는 인천의 강화도나 충청도 서산을 지나 안면도로 가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강화의 동막 해수욕장을 찾아서 운동을 하곤 했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했다. 깜보가 잘 생겨서 사람들이 깜보를 쓰다듬고 싶어하지만, 깜보는 주로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비사교적이다. 때문에 산책하거나 운동을 할 때는 무엇보다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 편이다. 나중에는 석모도의 민머루 해수욕장 근처로 자주 가서 운동을 하곤 했다. 이곳은 사람이 적은 데다가 모래 사장이 길게 형성되어 있어서 깜보나 아내와 내가 리프레싱을 하는데 좋았다. 안면도는 오래 전부터 아내가 좋아하던 곳이다. 이곳에는 간월암이라고 한반도에서 달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하는 이쁜 암자가 있다. 아내는 이 간월암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깜보는 절에 들어갈 수 없다. 차 안에 깜보만 두고 잠시 방문하곤 한다. 이곳을 나와서 한 15킬로 가면 꽃지 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은 해안선 따라 조성된 널찍한 해변이 경관도 좋고 운동하기도 좋다. 돌아올 때는 비교적 저렴하게 해산물도 사올 수 있어서 가끔씩 이용을 했다.

이렇게 곳곳에 깜보를 산책 겸 운동시키는 장소를 여러 곳 만들어 놓고 사정에 맞추어 돌아가면서 다녔다. 깜보를 운동 시키는 시간은 동시에 내가 운동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늘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를 많이 보는 내가 깜보와 야외로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을 하다 보면 나 역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특히나 야외로 나갈 때는 항상 아내와 동반해서 가기 때문에 부부 간에 평소 하지 못하는 대화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산책 겸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깜보를 목욕시키고 털을 말리는 과정에서 아내와 내가 협력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기쁜과 행복을 주는 시간이다. 큰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규칙적으로 쌓이면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깜보가 세상을 뜬 이후로는 이런 소소한 기쁨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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