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기록

by 이종철


내가 1980년 6월 27일 친구이자 <민들레영토>의 창업주인 지승룡과 명동 입구에서 데모한 사건에 대해서는 과거 <브레이크뉴스>에 기사화한 적이 있다. 1980년 5월 27일 자정을 기해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그날 이후 광주 사태가 벌어졌던 살벌한 상황에서 이런 데모를 벌이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비장한 결심을 하고 벌인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이 소수의 기억 외에는 전혀 없었다. 때문에 그것은 역사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오래 전 함께 이념 서적 스타디를 했던 철도 노조의 모 친구가 그 당시의 기록을 발견했다고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단 두줄의 그 기록을 대하는 순간 수십년 전의 사건이 생생하게 현재로 소환이 된다. 다른 이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 중요한 사건이다. 법대생이었던 나는 이 사건 이후 철학도로 변신했다. 그런 사건이 나의 기억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억해서 기록으로 남겨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중부 경찰서를 드나들던 사회부 기자가 메모로 남겼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학생운동 기념 문집 발간 위원회로 넘겨졌을 것이다. 과거는 이렇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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