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매가」에 드러난 ‘죽음’의 의미와 ‘삶의 윤리학’

향가와 서양철학의 대화

by 이종철

학술 논문(한국양명학회지, 2024, 72호 게재)이기는 해도 널리 암송되는 향가 <제망매가>와 서양철학자의 대화를 몇 차례에 나누어 올려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전통 시가를 서양의 다양한 철학과 대화를 통해 현재화하는 면과 서양철학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I. 문제제기


「제망매가」는 널리 알려진 향가이다. 과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학생들의 전공을 떠나 보편적으로 애송되기도 했다. 이 「제망매가」는 고전문학에서 향가에 대한 관심과 이 향가가 함축하는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국어학자들과 국문학자들에 의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들은 일차적으로는 “누이와의 사별에 따른 애절한 심정을 종교적인 구도의 자세로 승화시킨 작품”, 말하자면 ‘사후 추도의 의식가’로 간주하고, 좀 더 심화된 경우에는 이 작품을 통해 ‘삶의 허무성이나 불교적 내세관의 문제’ 등으로 해석하곤 한다. 이런 해석들이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을지라도, 그것만으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이 안고 있는 고유한 시공간적 의미 외에도 이 작품에는 그것을 뛰어넘어 21세기의 독자들과 한국을 넘어서 세계인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보편적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요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 이 작품은 국문학이나 불교의 관점을 넘어서 서양철학의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재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이글은 「제망매가」라는 향가에 드러난 죽음의 보편적 문제, 다시 말해 죽음의 우발성과 필연성,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후 세계의 문제, 죽음과 삶의 관계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제망매가」가 단순히 ‘누이의 죽음에 대한 종교적 승화’라 보는 기존의 해석을 넘어서 보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제망매가」는 누이의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알 수 없는 사후의 세계 이상으로 살아있는 삶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윤리와 연관되어 있다.

「제망매가」에 관한 논의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순전히 향가 해석과 관련한 국어학적 해석이고, 둘째는 향가를 둘러싼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향가를 좀 더 보편적인 시각에서 의미를 파악하려는 경우이다. 첫째 문제는 가)연에 나온 ‘次肹伊遣’을 둘러싼 논쟁에서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을 처음 해석한 양주동은 이를 ‘저히고’로 읽고 ‘두려운데’로 해석한 반면, 김여진은 ‘그것을 머뭇거리고’로 해석했다. 신영명은 김여진의 해석을 두고 ‘해석상의 진전’으로 본다. 그 이후 양희철과 강기운은 이를 언어학적 원리를 반영해서 ’버글이고‘로 읽고 순서라는 의미에서 ‘다음이고’나 ‘차치하고’로 해석한다. 필자는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양주동의 ’두려운데‘로 해석하고자 한다. 둘째 문제는 「제망매가」가 누이가 죽은 지 49일에 열린 천도제의 일환으로 쓴 향가라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 삼국유사 권 5의 「월명사 도솔가」 조에 실려 있는 일화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또 일찍이 월명이 죽은 누이동생을 위해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 지냈더니, 갑자기 센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종이돈을 불어 날려 올려서 서쪽을 향해 사라졌다.” 월명에 관해서는 이것 말고도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피리를 잘 불던 그가 달밤에 피리를 불며 문 앞 큰길을 지나가니, 달이 그를 위해 수레바퀴를 멈추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이야기 를 산천초목도 감동할 만큼 월명이 피리를 잘 불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승려가 불교적 제식의 일환으로 발표한 시이기 때문에 이 시를 해석할 때 불교적 세계관의 틀 속에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형식이 그렇다고 해서 시적 내용조차 똑같이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필자의 의도는 이런 ‘신비적 형식’이 은폐하고 있는 ‘내용의 합리적 핵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글은 양주동의 해석에 따른 ’두려운데‘의 의미를 죽음을 대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두번째는 불교적 세계관의 틀을 넘어서 좀 더 넓게 다양한 서양철학과의 대화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해석이 하나의 시론이라 할지라도 천 년 전의 신라 향가를 현재화함으로써 우리 고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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