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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Jul 22. 2024

노인세대와 IT 기기들

일전에 차량 교체로 장애인 등록증을 바꾸기 위해 동네 복지 센타를 방문했을 때이다. 이것 저것 요구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중 하나가 운전 면허증이다. 요즘은 전산화가 잘 돼서 신분증만 있으면 굳이 면허증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담당 공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 해도 요지 부동이다. 이 면허증을 다시 집에 돌아가서 찾아올 생각을 하니까 머리가 돈다. 그래서 <정부 24> 사이트 내의 경찰청에 들어가 바로 면허증을 조회해서 화면으로 보여주니까 20대 중반의 여직원이 놀란다. 70 가까이 되어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단 몇 분 만에 스마트 폰으로 자기는 생각도 못한 면허증을 간단히 찾아낸 것에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한가 보다. 그래서 내가 한 마디 덧 붙였다. 한국은 통합 전산망이 세계 최고로 발달해서 기기 조작만 잘하면 거의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나라이고, 당신들은 최일선에서 그걸 알리고 활용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서 일사천리로 장애인 마크를 발급해준다. 



고령화 시대가 매우 빠르게 다가오는 시점에서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IT 기기들을 젊은이들 못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런 IT 기기들에는 단순히 스마트 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과 노트북 , 관련 블루투스 장비등이 포함된다. 이런 기기들만 잘 다룰 줄 알면 어떤 정보에도 접근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쓸 수 있고, 음악이나 영화도 마음대로 볼 수가 있고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기도 쉽다. 이제는 Chat GPT와 같은 AI 비서가 가세하면서 그 위력은 앞으로 예측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노인 세대들도 이런 부분에 눈이 서서히 뜨고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이다. 그저 스마트 폰으로 유튜브를 보는게 대부분이다. 유튜브는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영상에 노출되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유튜브에도 좋은 컨텐츠들이 많지만 지하철에서 많이 보이는 노인 세대들은 이런 것들에 거의 눈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IT 기기들만 자유자재로 다루면 젊은 세대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경험한 노하우들과 결합해서 그들을 능가할 수도 있다. 내가 지난 주 폐차하고 단 며칠 만에 새로 중고차를 구입해서 보험이나 신규 등록등을 단숨에 해결하는 것을 보고 '능력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사실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현역의 캐리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기기들에 문외한이면 퇴임하는 순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바보가 되고 만다. 실제로 내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여럿 있다. 현역 시절에 비서가 다 해줘서 독수리 타법으로 간신히 이메일 정도 보내는 수준이다. 그러니까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나 때는 말야..'라거나 '아! 옛날이여'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건강과 돈이라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IT 활용 능력이다. 이러한 활용 능력은 정신 건강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에 다른 것들 이상으로 필요하다. 게다가 이런 IT 기기들의 성능은 날로 발전하지만 Cost down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기기들을 보면 '나랑 맞지 않아' 하면서 소 닭 보듯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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