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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Aug 13. 2024

한국 철학이란?



한국에서의 철학 연구는 참으로 벗어 던지기 힘든 한계에 처해 있다. 한국 대학들의 철학과들에서 배출되는 대부분의 학위 논문들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개는 '누구 누구의 사상(철학)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철학이 고유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그저 철학자 누구 누구의 사상과 철학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오랜 전통 때문에 한국의 대부분의 철학회들도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현상은 동양 철학이든 서양 철학이든 별 차이가 없다. 서양 철학을 소개할 때에도 대부분은 철학자들 중심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문제 중심 보다는 철학자 중심의 이런 연구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특정 철학자에 대한 정통한 연구 이상으로 너의 문제의식이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너의 철학적 사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먼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전자의 방법은 학위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그 철학자에 매이는 경우가 많지만, 후자의 경우는 끊임없이 자기 생각과 방법을 발전시키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간단히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특정 철학자의 저서를 번역하려 할 경우 그 철학자의 생각을 넘어서기 힘들다. 하지만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그 문제를 풀려고 생각에 몰두 하다 보면 사유의 끝이 없다. 설령 그것이 암중 모색이라 해도 그 과정에서 얻는 부수적 효과가 말없이 크다. 오퍼상이 아무리 좋은 물건을 수입해 온다 해도 결코 그것이 자기 것이 될 수 없지만, 자기 물건을 생산해 내려 애쓰다 보면 노하우가 축적이 되고, 그런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창조와 창작이 이루어진다. 철학도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만 한다. 한국 철학이 지난 100여년 동안 철학자 중심의 연구를 해왔지만 도대체 한국철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대하면 할 말을 잃어 버린다. 도대체 한국 철학이 무엇인가, 한국 철학에 고유한 정신과 방법은 무엇인가? 한국 철학을 일본 철학이나 중국 철학, 더 나아가서 서양 철학과 구별해주는 한국 철학의 개성은 무엇인가? 이제는 이런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이른바 K-Philosophy는 말로만 떠들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철학자들이 유행에 편승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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