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마르크스가 쓴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11에 보면 인구에 회자되는 명문이 나온다.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왔다(interpreted).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change) 것이다."
사실 이 명제를 수사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아주 좋은 명제이다. 철학의 역할이 단순히 해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일찍이 헤겔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어둠이 이윽해서야 날기 시작한다"라고 했다. 철학은 현실이라는 무대가 막을 내린 후에야 비로소 지금까지의 현실의 여러 가지 모습들과 사건들을 해석하는 것이 과업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헤겔이 생각한 철학은 미래학처럼 현실을 앞서 규정할 수 없고, 언제나 후행적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헤겔 식의 철학은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개명시키고 확장시키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이러한 식의 철학에 대한 해석을 거부하면서 철학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한 마디로 말한다면 철학이 어떻게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나도 한때 1980년대에는 철학이 현실 변혁의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젊은 철학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한다면 철학은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당장 대중을 선동하는 프로파간다가 될 수는 없다. 철학은 사람의 생각과 견해를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할 수 있지만, 당장의 현실을 뒤 업는 선동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명제는 수사학적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사실 아무것도 말한 것이 없다. 오히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것처럼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세상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는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회의적인 생각은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고, 나르시즘적 생각은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 수 있다. 낙관적인 생각은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고, 혁명적인 생각은 세상을 바꾸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철학은 이러한 생각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철학은 늘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것, 반성적인 것에 가깝다. 마르크스의 말을 너무 절대시 할 필요는 없다.
Philosophy and World
In Theses on Feuerbach 11, written by the young Marx, there is a quote that has become a famous phrase.
“The philosophers of the past have interpreted the world in various ways. But the point is to change it.”
On a rhetorical level, this is actually a very good statement. Hegel once said, “Minerva's owl does not begin to fly until after dark.” Philosophy is not just an interpretation of reality, but a practical way to change the world. Philosophy is the task of interpreting the various aspects and events of reality only after the stage of reality has closed. In this sense, Hegel's philosophy cannot define reality in advance like futurology, but can always interpret it backward. Hegelian philosophy can also serve to revise, expand, and deepen people's ideas about reality. Marx, however, rejects this interpretation of philosophy and sees a more active role for philosophy in transforming reality. But in a word, how can philosophy change reality?
I once thought in the 1980s that philosophy should be the brain of reality transformation, which was a common idea among young philosophy students at that time. But if you think about it soberly, philosophy can provide ideology, but anyway Philosophy can't be a propaganda machine that instantly incites the masses. Philosophy can provide wisdom that can change people's thoughts and views, but it can't be a propagandist that goes against the grain of immediate reality. In that sense, Marx's proposition may be rhetorical, but it doesn't really say anything. Rather, as the Stoics said, “I cannot change the world. But I can change my thoughts and attitudes about it,” is probably closer to the truth. It's clear that changes in thoughts and attitudes can affect reality. A skeptical mind can make you doubt everything, and a narcissistic mind can make you a frog in a well. Optimistic thoughts can make the world brighter, and revolutionary thoughts can play a role in changing the world. Philosophy can influence these thoughts and attitudes. In that sense, philosophy cannot change the world, but it can change people's thoughts and attitudes about the world. And with that change, the world changes. Philosophy is not always mediate, but more immediate, more reflective. We shouldn't take Marx's words as absolu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