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동안 미적거리며 미루어왔던 자전적 소설, <그대에게 가는 먼길> 제2부를 3일 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1부를 써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훨씬 매끄럽게 진행이 되고 속도도 빠르다. 2부는 내가 다시 대학으로 기어 들어온 2003년 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진다. 대략 한 달이면 초고가 마무리될 것이다. 잘 하면 금년 말 출간 예정인 1부와 동시에 발표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거 동시에 발표하게 되면 철학자가 쓴 소설이라고 선전하면서 출판 기념회를 대대적으로 열고 싶다.
1부를 쓸 때는 <노장의 꿈 시즌 2>에서 공개를 했는데, 이번에는 공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비교적 가까운 시간대라 얽혀 있는 사람들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좀 더 상황을 보아가면서 결정하겠다. 이런 소설은 발동이 걸릴 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쓰는 거다.
<그대에게 가는 먼길 2부>
001. 뛰르르, 뛰르르. …갑자기 핸드폰 소리가 울린다. 평소 사람들과 거의 접촉이 없는 상태라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경우가 드물다.
‘여보세요?’
‘형, 저 국배입니다.’
‘아, 국배, 오랫만이네. 독일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귀국했나?’
‘2달 전 귀국을 했어요. 귀국하고 나서 형의 소식을 여기 저기 알아 보았는데 아무도 모르더군요. 간신히 이 은정 박사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
‘아, 그래.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철학과 사람들하고 통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서. 내가 학교를 떠나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알겠구먼.’
‘예.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나 저나 귀국 인사도 할 겸 한 번 뵈어야지요.’
‘그래, 나도 좋지. 신촌에서 한 번 보지.’
생각지도 않은 전화였다. 조국배와는 유학 가기 전에 만났으니까 거진 10년이 넘었다. 그 10 년 동안 나는 대학을 떠나 사회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코엑스에서 오퍼상을 하는 도기탁 사무실에 책상 한 칸 놓고 시작했다. 그 당시 내가 상당히 심취해 있었던 컴퓨터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그 중에 하나가 당시에는 비교적 낯선 컴퓨터를 사람들에게 교육 시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의도 6.3 빌딩에 있는 컴퓨터 유통 회사인 PC Line에서 완제품 PC를 받아다가 판매하는 일도 했다. 이 회사에 보증금 조로 5백만원을 지입해놓고 PC를 받아다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판매했다. 그 때는 체력도 좋아서 카트에다가 큼직막한 데스크 탑과 CRT 모니터를 싣고서 6.3 빌딩을 드나 들었다. 이 일은 비교적 순조로워서 짧은 시간에 한 20대 정도를 판매해서 손에 현금도 많이 만졌다. 당시 컴퓨터 한 대가 150만원 가량 됐는데 한 대를 팔면 마진이 20% 이상은 됐다. 그런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 회사가 부도가 났다. 덕분에 아내가 지원해준 보증금 5백만원을 그냥 날리게 되었다. 마침 역삼동 쪽 사무실에서 관계자들 대책회의를 할 때 사무실에 널려 있는 컴퓨터 2대를 들고 나왔으니까 그나마 면피를 한 셈이었다. 코엑스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