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대장정이 끝난 지금, 다시 일상이다. 흥분하고 분노했어도 끝은 화려했다. 이제는 다시 마음을 갈아 앉히고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백수지만 여전히 나는 바쁘다. 참가해야 할 세미나도 몇 개 있다. 특히나 6월 28일에는 일본 학자들 앞에서 'AI 시대에서의 인문학과 실학-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철학 실천'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다. 한 달 사이에 2번을 일본 학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셈이다. 부제는 나의 생각을 잘 이해한 일본실학학회 회장 가타오카 선생이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만큼 나의 '에세이철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철학자들은 소 닭 보듯이 하지만, 일본의 학자들은 여기에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담겨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6월에는 그동안 학수고대한 <철학은 반란이다>라는 책이 나온다. 인생은 반란이고, 정치도 반란이다. 한국정치는 내란 세력의 겁박을 뒤집고 반란을 성공시켰다. 한국인들에게는 반란이 유전자로 각인되어 있다. 한민족의 오랜 역사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워낙 반란 근성이 강해서 유라시아 대륙의 끝 자락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고, 섬나라 일본이 대륙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조선의 썩은 선비 권력들이 짓밟았지만 민초들은 끊임없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생존해왔다. 이제 그 선비들의 사대 정신에 대해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철학은 반란이다>는 논쟁하지 않고 반란하지 않는 한국 철학계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철학은 반란이고, 반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철학이 나올 수 있다.
6월 26일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서초 포럼>에서 북토크를 겸한 강연회를 갖는다. 5월 마지막 날 반포 한강 공원에서도 오랜 친구들과 비슷한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거기서 한 번에 무려 16권의 책을 판매했다. 서점에서 팔기 힘들면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팔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북토크를 선호하는가 보다. 저자 사인회를 겸한 <서초 포럼>에서도 20여권 넘게 팔릴 것이다. 이러다가 혹시 역주행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책을 선택하기 보다는 소문을 듣고 분위기를 보면서 하는데 여기 저기서 북토크 하고 강연회하고 하다 보면 그런 소문이 일파 만파를 일으킬 지도 모르지 않은가? 혹시 내 책의 일본어 판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현재 모색 중이다. 누가 한 치 앞의 미래에 대해 장담할 수 있을까?
6월은 좋은 달! 희망 고문을 하는 달이 아니라 희망을 실천하는 달.